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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검찰 내 “방패막이 사라졌다…권력 수사 올스톱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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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윤 총장 사퇴에 “올 게 왔다”

“그렇게 흔들어 대니 누가 버티나”

원전·울산선거 수사 지연 불가피

일각 “중도사퇴는 무책임” 비판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여당의 ‘검찰 흔들기’가 계속된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검사는 “‘거악척결’을 통해 국민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으로 진행된 수사가 일부 현 정권 인사들에 의해 인권유린으로 폄훼됐다”며 “그러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 등으로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선택은 불가피했다”고 평했다. 또 다른 검사는 “입법 깡패들의 난도질과 망나니 칼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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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의 사직서는 대검 과장을 통해 법무부에 전달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불과 1시간20분 뒤인 오후 3시20분쯤 문재인 대통령이 곧장 사의를 수용한다고 밝히자 “(여권에서)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본래 간절히 바라던 바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는 말도 나왔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국민이 준 임기를 다하지 못한 것이 슬프고 안타깝다”며 “그렇게 흔들어 대는데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고 되물었다. 그는 “여기까지 뚝심 있게 온 것도 윤 총장이니까 온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다른 전 검찰총장은 “조직의 팔다리를 자르다 못해 눈까지 파내려고 하는 행태를 어떤 검찰 총수가 참아낼 수 있겠냐”며 “직을 던지는 것은 마지막 수단인데, 이제 마지막 수단까지 썼으니 검찰을 넘어 국가를 위해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방패막이’가 사라졌다는 탄식도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친정권 성향 인물이 새 총장에 임명되면 후속 인사 등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올스톱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권력 수사의 대표 격인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가 가로막힐 것이란 우려부터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달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인데, 여권의 거센 압박에 더해 ‘윤석열 부재’ 리스크까지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 결국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으로의 수사 확대는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 중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기소 여부는 물론 중앙지검 형사5부가 수사하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무마 의혹’ 수사 등도 거론된다.

신임 검찰총장으로 누가 오는지와 상관없이 주요 수사의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고위 검사는 “새 총장 임명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 일부 수사와 관련된 의사 결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을 비판해 오던 김종민 변호사는 “윤 총장의 사퇴는 너무나 무책임하고 역대 최악의 총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해 현재 전국 검찰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이후 반대 의견을 표시해야 하고, 그래도 정권이 중수청을 밀어붙인다면 그때 사퇴해도 된다”고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이 마무리 국면인데 끝맺음을 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수민·정유진·강광우·김민중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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