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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머니의 이름으로’ 첫 우승 도전 김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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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삼성생명 반란의 주인공

4위로 PO 올라 1위 우리은행 꺾어

귀화 후 11시즌 뛰며 이제 35세

“KB 박지수에 악바리 정신 맞서”

중앙일보

35세의 나이에 자신의 챔프전 첫 우승에 도전하는 김한별. [사진 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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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스포츠 대결에서 약자)의 반란은 계속됩니다.”

여자 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포워드 김한별(35)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정규리그 4위 삼성생명은 3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3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 아산 우리은행을 64-47로 꺾었다. 지난달 27일 1차전(69-74패)에서 진 삼성생명은 1일 2차전(76-72승)과 3차전을 연달아 잡아내며 챔피언결정전(챔프전)에 진출했다.

김한별은 2차전에서 22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 3차전에서 15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이변을 이끌었다. 4위가 챔프전에 오른 건 2001년 겨울리그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김한별은 4일 전화인터뷰에서 “젖 먹던 힘까지 다 쓰는 바람에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다. 우리은행을 이겼다는 게 이제야 실감 난다. 오늘만 기뻐하고, 내일부터는 농구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어머니 김성자(65) 씨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한별은 미국 인디애나대 졸업 후 농구를 하기 위해 어머니 나라를 찾았다. 2009년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9~10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1년 12월 스포츠 우수 인재로 자격으로 특별귀화했다. 김한별(미국이름 킴벌리 로버슨)이라는 이름도 이때 얻었다.

김한별은 2013~14시즌 직후 돌연 은퇴했다. 한국 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한 시즌을 쉰 김한별은 마음을 다잡고 2015~16시즌 복귀했다. 이때부터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키는 1m78㎝으로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윙스팬(wing span, 양팔 넓이로 대개 키와 비슷)이 1m90㎝다. 자신보다 10㎝ 더 큰 센터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볼 센스도 좋아 2018~19시즌 스틸 1위였다. 슈팅 능력까지 갖췄다. 임근배 감독은 “PO에서 김한별이 미치면(맹활약하면) 이길 수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김한별은 꿈이 딱 하나다. 11시즌간 삼성생명에서만 뛰며 챔프전에 세 차례 올랐는데,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2006년 여름리그 우승이 마지막이다. 김한별은 “현역 생활도 얼마 안 남았다. 올 시즌이 우승 한을 풀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미국 프로풋볼(NFL) 레전드 쿼터백 톰 브래디(44)와 미국 프로농구(NBA) 수퍼 스타 르브론 제임스(37)의 플레이와 일상을 관찰한다. 김한별은 “브래디와 제임스는 노장이지만, 여전히 최고다. 나도 한때는 하루 수십㎞를 뛰어도 거뜬했지만, 이제는 그들처럼 경기 중 효율적인 움직임과 건강한 식습관을 따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챔프전(5전 3승제) 상대는 정규리그 MVP 박지수(1m96㎝)가 버틴 리그 2위 청주 KB다. 박지수를 막아야 할 김한별은 “지수는 나보다 20㎝ 정도 크다. 그렇다고 ‘2㎝만 더 컸으면’이라고 어리광 부릴 여유가 없다. 한국에서 뛰며 ‘악바리 정신’을 배웠다. 내가 앞선 노련미로 승부하고, 몸싸움에서도 악착같이 버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3승 2패로 또 한 번 기적을 쓰겠다. 어머니 나라에서 우승하는 꿈을 올해 꼭 이루겠다. 어머니에게 자랑스런 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챔프전 1차전은 7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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