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재보선때 장외서 역할… 선거후 제3지대서 야권재편 모색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석열 사퇴] 尹의 향후 행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퇴해 자연인 신분이 됐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이날 검찰 수사권 박탈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힌 것을 사실상 정치 참여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4월 재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하면서 서울·부산시장 선거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 총장 주변에선 “윤 총장이 보궐선거 때까지 대중을 상대로 메시지전(戰)을 펼치면서 선거 이후 정치권 재편 국면에서 정치 참여를 모색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조선일보

사퇴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1년 3월 4일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총장은 민주당이 최근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추진에 나선 것을 사퇴 명분으로 삼았다. 그는 전날 대구지검·고검을 방문해서는 “국민께서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수사청법 발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나왔다. 그런데도 윤 총장이 사퇴 카드를 던진 것은 “장외로 나가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겠다는 뜻”이라고 윤 총장 지인들은 전했다.

윤 총장은 작년 말 징계 국면 때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이런 여론 지지가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과 맞설 수 있는 힘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한 이후 지지율이 하락세였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직(職)을 유지한 상태로는 여당의 수사권 박탈 추진을 저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보고 대중 지지 등 동력을 되살리려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4일 사퇴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 인사들은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도 윤 총장 결심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최근 검찰 수사권 박탈 추진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을 아는 한 법조인은 “윤 총장이 전날 대구지검·고검 방문 하루 만에 사퇴 카드를 꺼낸 걸 보면, 보궐선거 때까지 현 정권 비판 메시지를 발신하는 구상을 마친 것 같다”고 했다. 윤 총장이 반여(反與) 메시지를 이어가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은 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야권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될 공산이 크다.

정치권에선 이럴 경우 ‘정권 견제론’을 내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견해와, 여권 지지층 결집을 불러와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만약 야권이 승리하면 야권 대선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진영 전체가 재편 움직임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선거에 패한 여당의 대선 경쟁도 소용돌이칠 수밖에 없다. 반면 여당이 이기면 야권은 구심점을 잃고 표류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느 쪽이 승리하든 야권은 재편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4월 보궐선거는 윤 총장이 야권 인사로서 정치 참여를 준비하는 예열 기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물론 윤 총장 주변에서도 그가 보궐선거 이후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그 사람(윤 총장)이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면서 “자연인이 돼 한번 보자고 하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윤 총장에게 3월에 ‘별의 순간’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해왔다. 윤 총장 부친 고향인 충남 공주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윤석열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다만 윤 총장 지인은 “윤 총장은 현 정권뿐 아니라 국민의힘 집권 시절 벌어진 국정 농단을 수사했던 사람”이라며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윤 총장 주변에선 “윤 총장은 좌우를 떠나 헌법 정신과 상식에 입각해 정치권이 재편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보궐선거 후 촉발될 야권 재편에 역할을 하면서 대선 도전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제3지대에서 정치 도전에 성공한 경우는 없다”며 “윤 총장의 등장은 야권의 분열만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최경운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