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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베트남 지고 중국 뜨고…中 펀드에 몰리는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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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중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베트남 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반면, 중국 펀드에는 연일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베트남 주식형 펀드 22개에서 총 2210억원이 빠져나갔다.

조선비즈

그래픽=김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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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의 설정액은 789억원 감소했다. ‘유리베트남알파증권자투자신탁[주식]_운용’과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UH(주식)’에서도 각각 320억원, 117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중국 주식형 펀드에는 총 8075억원이 유입됐다.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에 1185억원이 들어와, 설정액이 총 3274억원을 돌파했다. ‘KB통중국4차산업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과 ‘KB중국본토A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에도 각각 908억원, 839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베트남·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두 국가의 증시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인 것과 관계가 있다.

베트남 VN지수의 경우 지난 2018년 초 1170선을 넘었으나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지난해 1월에는 66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 한 해 동안 다시 상승장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3년 전 최고점을 넘어 1180선을 돌파했다.

문제는 베트남 펀드에 대한 투자가 대체로 증시가 최고점을 찍었던 2017~2018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3년간 펀드에 돈을 묶어둔 채 기다리느라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는데, 지난해 말 증시의 회복으로 손실을 만회하자마자 환매에 나선 것이다.

이종경 미래에셋자산운용 WM마케팅1본부 마케팅팀장은 "그간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베트남 증시가 급격히 오르자, 베트남 주식의 지나친 고밸류에이션(높은 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일부 베트남 펀드에서는 하루에만 100억~200억원의 자금 순유출이 일어나기도 했다. 펀드의 설정액이 2000억~3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투자자들은 베트남 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은 성장 산업보다는 부동산과 소비재 등 2차 산업이 위주인 시장이라, 코로나19의 여파가 사라지는 등의 호재가 없다면 반등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중국 증시의 경우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을 받아 성장주 위주로 하락한 상황이다. 중국 성장주들이 올해 초까지 많이 올라 고평가 받고 있다는 논란이 많았는데, 주가의 조정이 나타나자 이를 기회 삼아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경우 지난달 초 267위안을 돌파하며 고점을 찍었으나, 한 달 간 주가가 계속 하락해 현재 199위안에 거래 중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 역시 지난달 초 412위안에서 최근 325위안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 팀장은 "중국은 태양광, 2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을 주로 육성해왔기 때문에 증시가 지난해까지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견조한 흐름을 유지해왔다"며 "최근 미국의 영향으로 주가가 살짝 하락하긴 했으나, 투자자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매수 기회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장현준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역시 중국 증시의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장 매니저는 "최근 미 달러화가 약세를 띠는 반면 중국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서자, 중국의 견조한 펀더멘탈(기초 체력)을 보고 자금이 중화권에 대거 몰려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 매니저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신흥국 가운데 가장 양호한 경기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이른 시기에 탈피했으며, 이 때문에 대형주가 대부분인 경기 민감주들의 상승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또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을 아우르는 중화권 내에서의 자금 흐름도 양호하다.

이에 장 매니저는 "베트남 펀드에서는 당분간 환매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반면, 중국 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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