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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 사전투기 의혹'에…3기 신도시 계획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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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에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사업 전반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기 신도시에 대한 여론의 불신과 정부의 후속 조치로 사업이 전반적으로 지연되거나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논란과 상관없이 3기 신도시 추진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정부 차원의 대규모 조사와 조사 후 혹시 모를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사업이 지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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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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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의혹이 나온 후 파장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업무자와 가족 등에 대한 토지 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의혹 제기 바로 다음 날 직접 챙겨야 할 만큼 파급력이 큰 사안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주축으로 국토부·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을 4일 출범시켰다. 6개의 3기 신도시 외에도 경기도와 인천을 비롯한 6개 기초 지자체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국토부·경기도·LH·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경우 택지사업 담당 직원은 물론 가족까지 조사 범위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처럼 일이 커지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2025년 입주를 시작하기로 한 3기 신도시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도시 조성 사업에서 가장 지난(至難)한 과정이 착공 전 ‘토지 보상’인데, 이번 의혹이 토지 보상과 직결된 만큼 해결 전까지는 사업의 전반적인 착수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의혹을 말끔히 씻어 줄 조사 결과 없이는 더 이상의 사업 추진이 힘들 것"이라며 "조사나 수사 속도에 따라 3기 신도시 청약자들이 본청약까지 마쳐놓고도 제때 공급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정부가 주도할 조사만 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놓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차명 투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한데, 이 경우 자금 흐름 추적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LH 직원들이 대수롭지 않게 토지 등 부동산을 매매했다는 얘기가 돈다"며 "실명 투자뿐 아니라 차명 투자나 지분 쪼개기 투자로 친·인척을 동원했을 가능성도 있서 상당한 조사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조사와 별개로 감사원의 감사도 이뤄질 수 있다.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해당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인데, 이에 감사원까지 나설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업계 일각에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감사원과 추가 조사하는 방식으로 갈지는 앞으로 좀 더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이유 역시 3기 신도시 사업속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만약 조사와 감사 결과 사전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위법 여부를 가리고 사법처리하는 데 따른 소요 기간도 추가될 수 있다.

정치 이슈로 떠올라 국정조사가 거론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이날 화상 의총을 열고 LH 투기 의혹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후 "LH 사장을 (역임)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이 문제를 조사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이라며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 조사 상황을 봐가면서, (조사 결과가) 미진하면 국정조사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국정감사 요구 청원’는 불과 하루 만에 1만여명에 가까운 청원 동의를 이끌어냈다.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면 LH로서는 사업 추진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LH 투기 의혹이 발목을 잡아 3기 신도시 사업이 지연될수록, ‘신속한’ 공급확대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달성하겠다던 정부의 목표는 좌초되기 쉽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허가 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절벽 시기와 3기 신도시 입주 사이에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3기 신도시 사업이 늦어지면 시장 불안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 저하도 뼈아프다. 송승현 대표는 "변창흠 장관은 취임 전부터 예정 임기가 기껏해야 1년 반에 불과해 공급 대책을 실제로 착수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의문이 있었다"면서 "이번 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으로 변 장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돼 정부의 공급 의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송 대표는 "공공 임대나 공공 재건축 등 공공 개입에 대해서도 여론의 불신을 받아 정부 사업 전반에 차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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