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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헌법정신 파괴" 文 정면비판…윤석열 행보 어디로 [한승곤의 정치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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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전격 사퇴

민주당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검찰총장", "정치검찰", "무책임한 사퇴"

"文대통령이 보장한 임기 내동댕이쳐" 맹비난

김종인 "야당, 야권의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발 '정권 심판론'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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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여 만에 수용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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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치권은 윤 총장을 둘러싼 이른바 '정치적 셈법' 계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 사퇴를 두고 정치검찰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러브콜을 보낸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총장 행보에 따라 당장 4월에 있을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는 물론 내년에 있는 대선 선거 분위기까지 소위 '윤석열 행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총장 사의 표명에 '정치검찰'이라며 그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국민에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허 대변인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간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왔다"며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윤석열 죽이기'로 포장하며 정치 검찰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회가 논의 중인 사안을 이유로 검찰총장직까지 던진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검찰 조직에 충성한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무책임한 사퇴로 검찰의 위상은 더 훼손되었다"며 "이는 오히려 검찰개혁이 더 필요하다는 근거를 강화해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끝까지 지켜주려고 했던 임기마저 정치 이벤트를 위해 내동댕이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웅래 최고위원 역시 "직무 정지도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불사할 때는 언제고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이슈를 집중 시켜 보궐선거를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 기획 사퇴'를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끝까지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다가 사퇴마저 정치적 쇼로 기획해 '정치검찰의 끝판왕'으로 남았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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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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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야당은 비판 일색인 여당과 달리 일단 윤 총장 사퇴를 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전날 사퇴한 윤 전 총장을 '야권의 인물'로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에 반대해 사표를 던진 상황이 된 만큼 "야당, 야권의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약 윤 총장이 만나자고 하거나 조언을 구한다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윤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당장 재보선에서 윤 총장이 어떤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범야권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윤 총장이 지속해서 언론에 노출되고 또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면 '야권발 정권 심판론'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 윤 총장 행보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김 위원장 주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이 윤 총장 행보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윤 총장이 어떤 형식으로든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윤 총장은 일단 야권의 중요한 자산이 되지 않겠나, 사퇴 이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 "재보궐선거에서는 정부에 대한 날선비판으로 간접적으로 보궐선거에 도움을주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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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 화환이 놓여 있다. 대검은 이날부터 조남권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조 차장검사의 직무대행체제는 이번이 세 번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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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 총장의 대권 지지율 격차가 다소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4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1천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가 27%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는 12%, 윤 총장은 9%로 조사됐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4주 만에, 윤 총장의 지지율은 7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적합한 인물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지지율 관련 답변을 유보한 응답자는 33%로, 전주보다 3%포인트 줄었다.


보수진영 대선후보 중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1%포인트 오른 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11%, 무소속 홍준표 의원 10%,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6% 순이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4%, 국민의힘 21%, 정의당 6%, 국민의당 4%, 열린민주당 3% 순으로 조사됐다.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서울에서는 민주당 29%, 국민의힘 21%였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32%, 국민의힘이 28% 지지를 받았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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