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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공재개발, 빌라 잘못하면 현금청산…등기 시점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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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빌라는 돈 된다. 그러나 현금청산이 변수다.”

빌라를 주로 중개하는 일선 중개업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난 1월 15일 공공재개발 첫 시범 사업 후보지로 서울 시내 8곳을 선정하자 빌라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이번에 1차로 선정된 곳은 ▲동작구 흑석2구역 ▲영등포구 양평13구역 ▲영등포구 양평14구역 ▲관악구 봉천13구역 ▲종로구 신문로 2-12구역 ▲동대문구 용두 1-6구역 ▲동대문구 신설1구역 ▲강북구 강북5구역 등 8개 구역이다. 거래 과열을 막기 위해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1년간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는데 그 직전까지 쓸 만한 매물을 잡으려는 투자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재개발 구역 반지하 빌라 호가가 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세가 뛴 곳이 많았다”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공적지원을 받아 정체된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고, 사업 속도를 높여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사업이다.

1차 후보지로 선정된 8개 구역은 주민 갈등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가 겹쳐져 10년가량 사업이 기약 없이 늘어졌던 곳이다. LH, SH 등이 채를 쥐고 주민 갈등 해소에 나서 사업을 끌고 나가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공공재개발로 사업을 끌고 가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부담금도 내지 않는다. 각종 인센티브가 많아 수익성이 높을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올 3월 추가로 몇 개 구역을 공공재개발 후속 지역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미리부터 “다음 발표될 후보지역이 어디냐”며 시장에서는 레이더망을 풀가동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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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빌라 돈 된다지만 현금청산 리스크

이번 8개 사업지의 기존 세대는 총 1704가구다. 정비사업이 끝나면 4763가구로 주택 수가 3059가구 늘어난다.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은 흑석2구역이 꼽힌다. 준주거지역에 있고 상가가 많아 기존 주택 수는 270가구밖에 안 된다. 하지만 재개발이 끝나면 1310가구로 5배 가까이 물량이 늘어난다.

양평13구역(2만2441㎡)은 준공업지역으로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300%로 높인다. 이곳은 지난 2010년 조합설립과 사업시행 인가까지 끝냈다. 하지만 직후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며 수익성 부진으로 사업이 정체됐다. 그러다보니 주민 간 갈등이 불거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고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반등했지만 추진 동력을 되찾지 못했다. 신설1구역(1만1204㎡)은 신설동역 인근 역세권이다. 그런데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용적률이 최대 250%로 묶여 있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에 최대 300%로 용적률을 적용받으면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문로2-12구역은 1249㎡ 규모로 땅은 작지만 광화문광장 바로 앞에 있는 핵심 입지다. 준주거·일반상업지역으로 분류돼 900%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242가구를 짓게 된다.

이 밖에 용두1-6구역(1만3633㎡)은 432가구서 919가구로 가구 수가 두 배 넘게 늘어난다. 봉천13구역(1만2272㎡)은 169가구서 357가구로 늘어난다. 강북5구역(1만2870㎡)은 120가구서 680가구로 가구 수가 대폭 늘어난다.

다만 공공재개발로 사업을 추진하면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의 50%가량을 각종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상당한 비율이지만 민간재개발 기부채납 비율 역시 만만찮게 높은 점을 볼 때 크게 우려할 포인트는 아니란 분석이 나온다. 또 인·허가 과정이 대폭 간소화되는 등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 주민 동의를 끌어내 조합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여기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건축심의, 경관심의, 교육환경평가, 도시계획심의 등 각종 스텝을 밟아야 한다. 공공재개발로 들어가면 이걸 ‘원스톱’으로 끝낼 수 있다. 사업 기간을 수년간 단축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다.

사업이 순탄하게만 흘러간다면 공공재개발 빌라 투자로 쏠쏠한 차익을 볼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문제는 넘어야 할 여러 산이 있다는 점이다. 권리관계 분석이 단순한 아파트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일반인 입장에서 알기 어려운 복잡한 규정들이 많아 자칫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일단 첫 번째 걸림돌은 주민 동의율이다.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의 경우 조합원 동의 10%만 있으면 후보지 선정 단계까지는 올라갈 수 있었다. 일부 주민들의 의지만으로 공공재개발을 스타트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후보지로 선정된 지금부터가 본게임 시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오는 12월까지 사업시행자를 확정해야 하는데 LH나 SH가 단독 시행자로 나서면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기업과 조합이 공동 시행자로 사업을 끌고 가면 주민 2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사업이 단계를 밟으며 명확한 사업성이 가려지면 여기에 반발해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특히 공기업과 조합이 사업을 끌고 가 간신히 과반수의 동의율로 조합이 설립될 경우 나머지 반 정도에 달하는 반대파가 똘똘 뭉쳐 사업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이 기약 없이 늘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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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역 상가 소유주 반발도 극심할 듯

재개발 지역 상가 소유주 반발도 분쟁의 대상이다. 알짜 사업지로 꼽히는 동작구 흑석2구역이 그동안 사업 속도를 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장사가 잘되는 상가 소유주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재개발 사업 이후에도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상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추진위 입장이지만 생각만큼 동의서가 걷힐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실제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한 달여간 사업 진행 여부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그만큼 공공재개발을 둘러싼 여러 인센티브 등 조건을 놓고 주판알을 튕겨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기가 쉽기 않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정부와 주민 간 밀고 당기기가 반복되며 주민 입장에서 최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정부가 내놓은 일반분양가, 용적률 등 조건이 기대에 밑돈다면 최악의 경우 사업에서 빠지겠다는 뜻까지 밝힌 바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흑석2구역의 일반분양가를 3.3㎡당 3200만원, 용적률 450%를 적용했는데 추진위 측은 공공재개발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등 여러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 용적률을 600% 가까이 올리고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까지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시장에서는 HUG가 지난 2월 9일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하면서 사업 새 전기가 쓰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고분양가 심사 시 주변 시세의 일정비율(85~90%)을 상한으로 고려해 ‘로또 분양’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주민 입장에서는 기존 대비 분양가를 올려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통일된 주민 의견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중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손꼽히는 흑석2구역이 빠질 경우 타격이 커서 정부가 웬만하면 주민 의견을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재개발 전반에 걸쳐 가장 큰 문제는 신축 빌라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복잡한 부분이기도 하다. 재개발 지역에서는 일정 시점 이후에 가구 수를 늘려 신축한 빌라는 가구별 소유자에게 조합원 입주권을 주지 않도록 되어 있다. ‘지분 쪼개기’ 등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이 시점을 권리산정일이라고 부른다. 권리산정일을 넘겨 신축된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현금청산 대상이다. 그런데 이 권리산정일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일반인 입장에서 요원하다.

이번에 선정된 8개 구역 중 흑석2구역 권리산정일은 2008년 9월 11일로 소급된다. 그 이후 신축된 빌라를 산 사람은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당연히 사업에 극렬하게 저항하는 반대파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나머지 7개 구역 권리산정일을 정확하게 알려면 구청 등 담당자의 정확한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며 “이를 한번에 꿰뚫고 있는 전문가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사실 이미 구역이 지정된 8개 구역은 관심 대상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투자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남은 관심은 3월 지정될 신규 구역이 어디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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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동작구 흑석2(윗줄 왼쪽부터),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 동대문구 신설1(아랫줄 왼쪽부터),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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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1구역, 장위9구역, 한남1구역, 원효로1가 추가 지정 유력

시장에서 유력 구역으로 예상하는 곳은 성북1구역, 장위9구역, 한남1구역, 원효로1가 등이다. 성북구 성북1구역은 지난 2001년부터 재개발을 추진한 곳이다. 하지만 주민 단합이 잘 안돼 공식적으로 구역지정이 이뤄진 곳은 아니다. 예상 구역만 12만㎡에 달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다. 150% 안팎 현 용적률도 매력적이다.

장위동 239-83번지 일대 8만5878㎡ 규모 장위9구역도 알짜 단지로 꼽힌다.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가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곳이다.

용산구 한남1구역도 공공재개발 기대감이 강한 곳이다. 한남뉴타운 중 유일하게 사업이 멈춰있는 곳이다. 이태원 주변 상가 위주로 이뤄져 있어 장사가 잘돼 재개발 반대 움직임이 거셌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권이 축소되자 재개발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1구역에 비해 저평가됐던 3구역 등 주변 시세가 급등하며 1구역에서 박탈감을 느낀 사람도 많아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분열됐던 주민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며 사업 가시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3월 신규구역은 권리산정일이 지난해 9월 21일로 확정될 전망이다. 김 소장은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들은 신축 빌라가 드물어 권리산정일 문제로 청산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신규로 선정되는 지역 중 공공재개발을 추진할 것을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신축 빌라를 지은 곳이 꽤 많을 것 같아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구역 모두가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권리산정일이 정해지지 않을 수 있어 매수자 입장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재개발의 분양권 자격 기준은 그 구역이 구조례에 해당하는 지역인지 신조례에 해당하는 지역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구조례와 신조례가 어떻게 다른지를 일반인 입장에서 꿰고 있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하다. 무허가 주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독·다가구의 다세대 전환을 어떻게 보는지 등등 세부 규정이 각각 다르다. 일반인 입장에서 폭탄을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신축 빌라는 웬만하면 사지 않는 것이다.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2003년 12월 30일 이전에 등기가 난 물건을 사는 게 안전하다. 전환다세대, 무허가주택 등 특수물건을 제외한다면 2008년 7월 30일 이전에 등기가 난 빌라를 사면 웬만하면 안전하다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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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역에 따라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빌라도 권리산정일 전으로 인정받아 입주권을 받게 될 가능성도 꽤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인 입장에서 구역별 날짜를 정확하기 알기 힘들뿐더러 이걸 제대로 아는 전문가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지역 중개업소 역시 중개업자가 규정을 착각하거나 잘 몰라서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빌라를 입주권이 나온다고 매수를 권유할 수 있다. 악의가 없더라도 규정이 복잡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김 소장은 “변호사 중에서도 재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극소수 변호사만 정확하게 답을 알 정도로 권리산정일 상담이 까다롭다”며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는 새것처럼 보이는 빌라는 웬만하면 사지 않는 게 마음고생을 덜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언제 통과할지도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비사업구역이 아직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면 주택공급활성화지구 예정구역으로 지정하고 주택 신축이나 지분분할 등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 그래서 도정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하지만 여러 이유로 야당 반대가 극심하다. 공공재개발 외에 재건축·재개발 전반을 놓고 여야 간 갈등 포인트가 적잖기 때문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정부의 공공재개발 선언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드디어 공급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정책은 계속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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