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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회M부스] "재질문 효과 톡톡히 본 오세훈"…안철수에도 승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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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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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으로 사무실 옮기려 했는데"…'대세' 나경원의 충격패

"어제까지만 해도 캠프 사무실을 광화문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였어요. 이렇게 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MBC와의 통화에서 "여성가산점을 제외하면 근소한 승리, 여성가산점을 추가하면 넉넉한 승리를 예상했었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나경원 캠프의 해단식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캠프 관계자들은 나 후보에게 "이제 당대표 나가시면 된다"고 덕담을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나 후보는 "무조건 고맙다. 내가 부족했다. 그동안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줬는데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해단식 초반, 패배의 충격에 빠져 일부 인사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덤덤하게 결과를 수용하며 훗날을 기약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중앙당에서는 오세훈 후보의 깜짝 승리를 예상했을까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각종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나경원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길 줄 알았지, 오세훈 후보가 승리할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면서 "예비경선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앞섰을 때에도 그저 의외라고 가볍게 넘길 정도였다"고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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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질문 받은 '무응답'층의 함정…"비호감 덜한 오세훈으로"

가장 최근 진행됐던 여론조사 결과를 한번 볼까요?

피플네트웍스 리서치가 미래한국연구소와 경남매일·머니투데이의 의뢰로 지난달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입니다.

(참고로 이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5% 포인트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당내 후보 선출 최종 경선에서 만약 다음 두 명의 후보가 대결한다면 선생님께서는 누구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는 문항에 26.9%가 나경원 후보, 26.2%가 오세훈 후보를 골랐고, 10.9%가 그 외 후보를 거론했습니다.

나경원 오세훈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상황을 보인 건데요.

그런데 보기 중 '없음'을 고른 대답은 무려 30.4%나 되고, '잘모름·무응답'도 5.1%였습니다. 오차범위이긴 했지만 나 후보와 오 후보를 선택한 각각 20% 대의 응답보다 '없음'이라는 답이 더 많았던 겁니다. 여기에 '잘모름·무응답'까지 더하면 무려 35.5%가 국민의힘 후보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예비경선과 본경선 여론조사에선 이처럼 30%가 넘는 '없음', '모름', '무응답'의 경우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에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평소 생각 안 해봐서 모르겠거나, 대답하기 싫은 시민들에게도 '그래도 고른다면..' 이라는 단서를 붙여 조사원들이 재질문했고, 재질문을 받은 뒤 '굳이' 특정 후보를 고른 응답자만을 추려 예비경선 때는 1천 명, 본경선 때는 2천 명을 채운 겁니다.

경선에서 승리한 오세훈 후보 측 관계자는 "재질문 방식의 여론조사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결국은 '중도'가 정답이라는 게 증명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패배한 나경원 후보 측 관계자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맹점이 드러났다. 무응답층을 허용하지 않는 룰을 받아들인 게 패착이었다"며 재질문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는데요.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국민의힘 경선은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와 달리 '없음'이나 '무응답'을 허락하지 않은 조사 방식을 택했는데, 정치 무관심층이 결과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걸 나 후보 측은 간과한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습니다.

배 수석전문위원은 이어 "승리하려면 형식상 장애 요인까지도 나 후보가 넘어섰어야 했는데, 나 후보의 비호감 이미지가 그런 장애를 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 역시 "'모름'과 '무응답'을 배제하다 보니 재질문을 받은 일반 시민의 상당수가 비호감이 상대적으로 덜 한 오세훈 후보를 고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VIP' 악재 뚫은 여론조사 강자…단일화도 승리할까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3일과 4일 이틀간 서울 시민 각 5백 명을 대상으로 두 건의 예비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전날인 지난달 2일, 오세훈 후보에겐 이른바 'VIP' 악재가 터졌습니다.

산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문건이라고 보도된 원전 관련 파일명 끝에 'V'라는 알파벳이 붙어있었고, 이를 오 후보가 '대통령을 뜻하는 VIP의 이니셜'이라며 비난하는 촌극이 벌어졌던 거죠.

인터넷에선 네티즌들의 조롱과 패러디가 이어졌지만, 바로 다음 날 진행된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는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올립니다.

취재 결과, 오 후보는 당시 각각 3% 대와 6~7% 대의 차이로 나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6~7% 대의 차이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결과였다고 합니다.

오세훈 후보 측 관계자는 "예비경선에서도 '모름'과 '무응답'층이 중도 성향의 오 후보를 많이 선택했다"며 "안철수 후보와 맞붙더라도 제1야당을 등에 업은 오 후보의 여론조사 강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모름'과 '무응답'층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단일화 협상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다만 '모름'과 '무응답' 배제 방식이 단일화 과정에서 꼭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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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칫날 터진 '윤석열' 변수…스포트라이트 빼앗긴 오세훈

승리가 선언되자 오세훈 후보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1시간 뒤 여의도 정가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곧 사퇴할 것이라는 '지라시'가 돌았고, 실제로 윤 총장은 점심 이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물러났습니다.

이른바 '대세'를 꺾은 오 후보의 승리 소식은 곧바로 윤 총장의 사퇴 기사에 묻혔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온통 윤 총장에게 쏠렸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잔칫집에 재 뿌리는 것도 아니고 윤 총장이 왜 하필 같은 날 사퇴한 건지 모르겠다"며 "오 후보 기사를 윤 총장 기사보다 더 크게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의 다른 관계자도 "앞으로 윤 총장의 거취나 대선 출마설에 대한 보도가 계속 나올 텐데 그렇게 되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야당의 시간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갑자기 등장한 윤석열 변수가 단일화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면서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대세론이나 윤석열 대망론을 넘어설 뭔가를 보여줘야 관심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기주 기자(kiju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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