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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파월 입에 깨진 3천 코스피…중국 증시는 "6% 성장"에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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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국채금리발 증시 충격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요동친 글로벌 증시가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발언으로 안도감을 찾았다. 5일 국내 증시는 미·중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 하루 종일 출렁이는 변동성을 또 드러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57% 하락한 3026.2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미국발 충격 여파로 장중 한때 2% 이상 급락한 2980대까지 밀렸지만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개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9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4일(현지시간) 파월 의장 발언에 대한 실망 속에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했지만 코스피가 선방한 건 이날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서 시장 예상과 반대로 긴축 가능성을 잠재우는 듯한 발언이 나온 영향 때문이다.

5일 리커창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4차 연례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 이상으로 잡았으며 올해 도시 일자리를 1100만개 이상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보합세를 보였고,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상승 전환했다가 소폭 하락 마감했다. 시장은 중국이 올해 성장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고 긴축 논의에 초점을 둘 것으로 관측했는데 리 총리가 성장 전망치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같은 수치를 제시하고 일자리를 강조한 것을 긍정 신호로 받아들인 결과다.

앞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일자리서밋에 참여한 파월 의장은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으나 일시적일 것이며 참을성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국채금리 상승에 대해 연준이 고려 중인 조치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전날 1.47%에 거래를 마쳤던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1.54%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2차 '금리 발작(tantrum)'을 보인 것이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각각 1.11%, 1.34%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3.4%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2.11%로 마감했지만 올해 상승분을 다 반납하고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신유경 기자]

서학개미 한숨…"금리 발작에 나스닥 상승분 다 토해내"


파월, 시장 달래기 실패…월가 "기술주 매도 문 열렸다"

美 금채금리발 증시 불안에
파월 "지켜볼 것" 짧게 언급
장기채 매입 신호 안밝혀

테슬라주가 올들어 12% 급락
일부선 "시장 과민반응"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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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조정장을 인내해야 하나요? 우량주라던 애플·유니티테크놀로지 같은 기술주가 추락하는 걸 보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발언이 몰고 온 미 국채금리 급등 탓에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지수가 올해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고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기술주를 주로 매수해온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11% 떨어진 1만2723.47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시세(1만2888.28)보다 낮아져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과 자동차업계 시총 1위 테슬라 등 미국 대형 기술주가 급락한 탓이다.

기술주 투자를 선호해온 한국 서학개미들은 평가 손실을 입거나 평가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예탁결제원 매수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학개미들 순매수가 몰린 상위 10종목 가운데 절반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매수 1위(13억4049만달러·약 1조5097억원)인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이달 4일까지 11.94% 떨어졌다. 2위(6억5321만달러) 애플과 5위(2억9735만달러) 아크혁신상장지수펀드(ETF)는 각각 9.47%, 4.87% 하락했다. 아크혁신ETF는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 대표 상품이다.

뉴욕증시는 최근 보름간 기술주 위주로 눈에 띄는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이 월스트리트저널(WSJ) 일자리서밋에서 시장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는 '밋밋한 발언'을 하자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뉴욕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금융자문사인 에버코어ISI 크리스나 구하 부회장은 "파월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비둘기파지만 추가 금리 인상을 막기에는 부족한 비둘기파"라고 꼬집으며 "시장은 안심시키는 발언을 원했는데 파월 의장이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월가 일각에선 파월 의장이 이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매입해 수익률 기울기를 낮추는 공개 시장조작 정책)'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준 인사들이 채권 딜러들에게 이런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런 국채금리 진정책을 심도 있게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라이언 데트릭 LPL파이낸셜 수석마켓전략가는 "금리가 또다시 오르면서 기술주 추가 매도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뉴욕증시가 과민 반응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캔디스 방순드 피에라캐피털 글로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국채 금리가 불확실성에 빠진 건 맞지만 시장 두려움은 잘못된 것"이라며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고 물가가 더 뛰면서 연준이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인식하지만 이런 예상도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국채금리 급등 우려를 일축해왔다. 3일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경제 회복 과정에서 물가 상승은 '기저효과'를 반영한 것이며 인플레이션이 3%까지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고 심지어 4%까지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 한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문제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이 국채금리 조정을 위해 장기 국채를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루 전에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인플레이션은 경제 재개 과정에서 증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나온 임시 현상"이라며 "최근 국채금리는 역사적인 수준과 비교해 대체로 완화적이며 앞으로도 이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시장은 향후 채권시장과 연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최고시장전략가는 "다음주에 열리는 30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 경매가 중요한 테스트 시점이며 16~17일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가 포인트"라고 언급했다.

한편 다음주에는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10일), 생산자물가지수(11일)와 미시간대 3월 소비자심리지수, 기대 인플레이션(12일)이 발표된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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