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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거수기' 전락한 이사회…LH땅투기 견제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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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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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만 1만명에 육박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내부통제 시스템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도 결국 취약한 지배구조와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불러온 일탈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매일경제가 LH의 이사회 구성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사장을 포함한 이사 6명은 LH 내부 임직원이었고, 외부 이사회 인사들은 시민단체 출신이 다수 포진했다.

허 모 상임감사는 한국YMCA전국연맹에 몸담고 있고, 김 모 비상임이사(국제장애인e스포츠연맹)와 윤 모 비상임이사(희망제작소) 역시 시민단체 소속이다.

이사진 곳곳에 친정권 성향 인사가 눈에 띈다. 허 상임감사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위원회 상임대표를 지냈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거 지원을 위한 시민 캠프에서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전 모 비상임이사는 종합건축사무소 이로재의 디자이너 출신이다. 이로재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교 시절 친구로 익히 알려진 승효상 건축가가 소장으로 있는 곳이다.

이사회 운영 방식 곳곳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LH는 지난해 10번의 이사회 중 다섯 번은 서면으로 대체했다. 전체 35개 안건 중 31개 안건(88%)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LH는 상임이사와 감사에게는 각각 1억원, 비상임이사에게는 3000만원씩을 지급한다. 외부 인사로만 구성되는 8인의 비상임이사의 경우 다섯 번 남짓한 회의에 참석하고 수령하는 돈이 중소기업 초봉과 맞먹는다.

LH는 공기업인데도 이사회의 주요 내용은 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원안 그대로 통과된 안건 전부는 '의견 없음'으로 남겨져 있고, 문제 제기가 있었던 극소수 안건에 대해서도 위원 개개인 의견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원회가 위원들의 세세한 발언까지 모두 기록해 대외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 부실한 회계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월 감사원은 LH의 2019회계연도 재무제표 작성에 대해 주의 조치를 했다. 67조원에 달하는 재고자산에 대한 실사가 회계 결산 과정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LH는 체육 행사와 청렴교육, 시무식과 퇴임식 등에 쓴 8억원 규모 소모성 부대비용을 공사 원가로 집어넣는가 하면, 회계장부상 원화장기차입금과 직원 대여금 등에서도 줄줄이 오차가 나왔다.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LH는 2018년 회계감사에서도 장부상 회계연도 내 지출하지 않은 정부 보조금 잔액과 실제 예금 잔액에 차이가 발생했다. 그 규모가 21억4000만원에 달했다. LH는 차액 발생 원인을 파악해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감사 절차를 종결했는데, 2019년 결산에서도 같은 문제가 재발했다. 지출하지 않은 정부출연금 예금 잔액과 회계 장부상 정부보고금 잔액이 2억20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2009년 국감에서는 자산 가치를 부풀려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2010년에는 엉터리 회계 관리로 장부상 6400억원이 오류가 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년 LH는 예전 국제기업회계기준(IFRS)에 따른 부채비율과 새로운 회계 방식에 따른 부채비율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비교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줄었다고 홍보했다가 혼쭐이 났다.

한 회계사는 "상장사였으면 상장폐지 이야기가 나왔을 만하다"며 "176조원에 달하는 자산 규모라면 국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대기업인데, 방만한 회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LH 내부 감사 조직은 50명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공직기강점검 감사보고에서는 보고된 감사 결과 107건 중 99건이 직원들의 현장 체재비, 출장비 과다 등을 잡아내는 데 집중됐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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