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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서학개미 한숨…"금리 발작에 나스닥 상승분 다 토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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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국채금리발 증시 충격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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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조정장을 인내해야 하나요? 우량주라던 애플·유니티테크놀로지 같은 기술주가 추락하는 걸 보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발언이 몰고 온 미 국채금리 급등 탓에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지수가 올해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고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기술주를 주로 매수해온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11% 떨어진 1만2723.47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시세(1만2888.28)보다 낮아져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과 자동차업계 시총 1위 테슬라 등 미국 대형 기술주가 급락한 탓이다.

기술주 투자를 선호해온 한국 서학개미들은 평가 손실을 입거나 평가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예탁결제원 매수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학개미들 순매수가 몰린 상위 10종목 가운데 절반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매수 1위(13억4049만달러·약 1조5097억원)인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이달 4일까지 11.94% 떨어졌다. 2위(6억5321만달러) 애플과 5위(2억9735만달러) 아크혁신상장지수펀드(ETF)는 각각 9.47%, 4.87%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최근 보름간 기술주 위주로 눈에 띄는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이 월스트리트저널(WSJ) 일자리서밋에서 시장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는 '밋밋한 발언'을 하자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뉴욕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금융자문사인 에버코어ISI 크리스나 구하 부회장은 "파월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비둘기파지만 추가 금리 인상을 막기에는 부족한 비둘기파"라고 꼬집으며 "시장은 안심시키는 발언을 원했는데 파월 의장이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월가 일각에선 파월 의장이 이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매입해 수익률 기울기를 낮추는 공개 시장조작 정책)'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준 인사들이 채권 딜러들에게 이런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런 국채금리 진정책을 심도 있게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라이언 데트릭 LPL파이낸셜 수석마켓전략가는 "금리가 또다시 오르면서 기술주 추가 매도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뉴욕증시가 과민 반응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캔디스 방순드 피에라캐피털 글로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국채 금리가 불확실성에 빠진 건 맞지만 시장 두려움은 잘못된 것"이라며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고 물가가 더 뛰면서 연준이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인식하지만 이런 예상도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국채금리 급등 우려를 일축해왔다. 3일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경제 회복 과정에서 물가 상승은 '기저효과'를 반영한 것이며 인플레이션이 3%까지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고 심지어 4%까지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 한 (물가 상승세가)문제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이 국채금리 조정을 위해 장기 국채를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식시장은 향후 채권시장과 연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최고시장전략가는 "다음주에 열리는 30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 경매가 중요한 테스트 시점이며 16~17일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가 포인트"라고 언급했다.

5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6.2%로 지난 1월 실업률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2월 비농업 일자리는 37만9000개 늘었으며 시장 전망치(21만개)보다 훨씬 많았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62%로 치솟기도 했다.

다음주에는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10일), 생산자물가지수(11일)와 미시간대 3월 소비자심리지수, 기대 인플레이션(12일)이 발표된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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