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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감사원 "탈원전 정책 수립과정, 절차적 문제 없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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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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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책 위법성 논란을 일축하며 정부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감사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와 연이어 실시돼 여권의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 계기로 갈등이 잦아들지 주목된다.

감사원은 5일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각종 계획 수립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에너지 관련 각종 계획수립의 절차와 방법의 적정성 여부 등에 중점을 두고 3개 분야 6개 사항을 법률적으로 검토했으나 위법하거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그 목적의 당부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탈원전 정책의 타당성이 아닌 절차적 적법성만 따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감사는 2019년 6월 당시 정갑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울산시민 547명 동의를 받아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실시됐다. 통상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에 따라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등 하위 계획을 수립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선후관계를 무시해 절차를 위반했다는 게 정 전 의원과 야당 주장이었다. 2014년 수립된 2차 에기본은 2035년까지 원전 설비 비중 목표치를 29%로 제시했다. 하지만 탈원전 공약을 내세운 현 정부는 2017년 취임 첫해 ‘에너지 전환 로드맵(로드맵)’을 의결하고, 이에 따라 2031년까지 원전 설비 비중을 16.5%로 낮추는 8차 전기본을 세웠다. 3차 에기본 수정은 2019년 6월에 이뤄졌다.

감사원은 먼저 2차 에기본과 다른 취지의 에너지 로드맵 수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드맵은 비구속적 행정계획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량권을 갖고 변화하는 여건을 반영해 수립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어 각종 기본계획 역시 비구속적 행정계획으로 규정하고, 에기본을 전기본의 상위 계획으로 볼 법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하위계획이 상위계획과 다르더라도 그것만으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도 제시됐다. 이번 감사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지난 1월 11~22일 서면 및 현지 출장 방식으로 실시됐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결과는 원전 한 기에 대한 것이지만, 이번 감사는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착수 시점부터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됐다. 특히 여권에서는 "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을 문제 삼고 바로잡아 주겠다는 권력 기관장들의 일탈"(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라고 언급하는 등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결과 발표로 정부ㆍ여당이 한숨 돌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책 수립 과정이 아닌 방향에 대한 찬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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