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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단독] 윤석열, 대검 연구관들 따로 만나 "나가서도 헌법정신 훼손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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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계 진출' 의사 드러낸 듯
국민에 대한 책무 위해 '실력 쌓으라' 당부
"검사 스스로 독립성 지켜야 '국민의 검사'"
한국일보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떠나며 직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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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한 지난 4일, 마지막으로 대검의 후배 검사들을 만나 '검찰을 나가서도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방향의 검찰개혁에 저항하겠다'면서 사실상 현 정권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사실상 정계 진출 의사를 에둘러 피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전날 오후 5시쯤 대검 일부 과장(부장검사급)과 연구관들을 만나 "검찰 수사기능 박탈과 검찰청 폐지는 검찰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나가서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겠다"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에 처한 검찰 조직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떠나는 것 아니냐'는 검찰 내 일부 비판 여론을 인식하고 있다는 듯, '다른 방식으로 검찰을 위한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한 셈이다. 조만간 정치권으로 진출할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미리 알리지 못하고 갑자기 떠나게 돼 죄송하다"며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여권이)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률안들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지난주부터 '이를 막고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임기를 지키는 게 아니라 사퇴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찰을 없애거나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이 되라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달했다. 이어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와 정부가 필요 없듯이,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피해를 구제하지 못하는 국가와 정부도 필요 없다"며 '수사·소추·공소유지가 통합돼야 중대범죄에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남은 검찰 구성원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첫째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범죄임이 분명함에도 실력이 없어 제대로 형사 법집행을 못하면 국민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울러 "겸손한 자세로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진정으로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은 총장이 지켜주는 게 아니라, 후배 검사들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공정한 검사' '국민의 검사'가 될 수 있다"는 게 '총장 윤석열'의 마지막 조언이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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