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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KTX 햄버거녀'는 '고발'당했고 박원순은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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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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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ktx 햄버거녀 사건 사진.



KTX 열차 객실에서 햄버거 등을 먹던 중 항의하는 승객에게 막말을 했다고 알려진 이른바 'KTX 햄버거녀(女)'는 '고소(告訴)'당한 게 아니라 '고발(告發)'당했다.

지난 3일부터 이 여성이 코레일에 의해 '고소'당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는 '고발'로 수정해야 옳다.

일반적으론 고소와 고발을 별다른 구분없이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법적으론 고소와 고발은 전혀 성격이 달라 엄격히 구분해 써야 한다.


'KTX 햄버거女'는 '고소'가 아니라 '고발'당했다

고소는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법정대리인과 같이 피해자 측이 수사기관에 가해자를 처벌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로부터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만이 고소를 할 수 있는 사람, 즉 '고소권자'가 되고, 그 외의 사람들은 고소권이 없어 고소를 할 수 없다. 따라서 고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엔 그 배우자 또는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 등도 고소를 할 수 있다. 결국 고소는 수사·재판 또는 처벌을 요구하는 '적극적' 의사표시란 점에서 '고발'과 구분된다.

고발은 범인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닌, 제3자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하고 이에 대해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제3자는 누구나가 될 수 있다. 특정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될 때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에 해당되는 범죄가 아니라면 누구나 고발을 할 수 있다. 고발의 방식이나 고발의 절차는 고소의 경우와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고소와 고발을 구별해서 써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범죄를 신고한 당사자가 '피해자'인지 아닌지에 대해 구별해야할 필요가 있고 고소인과 고발인에 대한 이후의 절차 역시 수사기관에서 달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소인은 나중에 범죄 가해자가 기소됐을 땐, 법정에서 피해자입장에서 '증인'으로 출석해서 범죄 피해를 진술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발인은 수사기관에서 한 차례 정도의 고발인 조사에만 출석하고 해당 범죄 피의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과정에 그 이상은 관여하지 못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고발보다는 고소 사건을 더 비중있게 받아 들인다.

간단히 표현하면 고소는 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피해를 '호소'하는 절차고, 고발은 범죄를 목격한 제3자가 수사기관에 '일러 바치는' 것으로 단순화 할 수 있다. 범죄를 신고하고 수사를 요청하는 점은 같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코레일이 햄버거녀를 '고소'하려면 고소권을 가진 범죄 피해자가 코레일에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햄버거녀로 인해 해당 열차 승무원이 감염피해를 입었거나 별도의 다른 피해가 있었다면 '고소권자'가 될 수 있다.

코레일이 햄버거녀를 '고소했다'고 알린다면 코레일 스스로 '범죄 피해자'라고 알리는 것과 같은 말이다. 따라서 코레일은 단순히 법률 용어를 실수했을 뿐 아니라 해당 보도를 접한 국민과 독자들 중 '고소'와 '고발'을 구별하는 이들에겐 '오해'를 일으킨 셈이다.

햄버거녀 사건은 코레일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한 국민 누구라도 '고발인'이 될 수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L)은 코레일이나 담당 승무원 등이 햄버거녀의 '범죄행위'에 의한 '피해 당사자'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건지에 대해 문의하는 과정에서 단순 용어 실수인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햄버거녀에 대한 범죄 신고가 '고발'이 아닌 '고소'사건으로 잘못 알려진 경위를 추가로 알아보니 공공기관에서 '법무'가 얼마나 소홀하게 다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코레일, 법무실도 있는데 여객업무부서 직원이 '고발장' 아닌 '고소장' 작성

코레일은 지난달 28일 벌어졌던 햄버거녀 사건이 온라인 커뮤니티 폭로를 통해 뒤늦게 큰 논란이 되자 법적 조치를 할 지에 대해 급하게 검토했다. 결국 범죄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업무를 법무를 담당하는 '법무실'이 아니라 여객사업 담당부서가 직접 처리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 제출할 양식으로 '고소장'을 다운 받아 채워넣었다. 사건 내용상 '고발장'을 작성해야했지만 '고소장'에 적힌 그대로 코레일 법무실 내부 자문을 거쳐 그대로 국토교통부 소속기관인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대)에 접수시켰다.

철도경찰대는 철도 관련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곳으로 일반 경찰과는 다른 곳이다. 일부 언론에서 코레일이 철도경찰대를 통해 일반 경찰에 사건을 접수시킨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잘못된 내용이다. 코레일에서 철도 관련 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철도경찰대에 접수시킨 것이고 일반 경찰과는 무관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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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철도경찰대의 보도설명자료 중 '고발'로 써야 할 부분이 '고소'로 돼 있다./사진=국토부 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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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철도경찰대가 이 사실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리는 과정에서도 잘못이 있었다. 코레일에 의해 '고소장'으로 접수됐지만 사건 내용은 '고발'에 해당됐기에 '고발장이 접수됐다'거나 '코레일이 철도경찰대에 고발했다'로 정정해 알렸어야 했지만 철도경찰대는 코레일이 잘못 쓴 '고소'라는 표현을 그대로 살려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미 그 전날 언론에 의해 코레일이 '고발장'이 아닌 '고소장'을 접수시킨 사실이 보도됐지만, 철도경찰대가 '고발장'으로 알렸어도 됐을 일이다. 그런데 철도경찰대는 코레일 측의 '사소한 용어 실수'를 부각시키지 않고 덮어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철도경찰대 담당자 역시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사건으로 인지해서인지 그대로 잘못쓰인 '고소'로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철도경찰대는 코레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실제로는 '고발'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소'가 아니라 '피고소'

코레일과 철도경찰대 양측 관계자에 따르면 두 곳 모두 '고소'라고 대대적으로 보도가 된 뒤엔 '고발'이 정확한 표현이었다는 걸 뒤늦게 인지했다. 하지만 그들의 해명에 따르면 일반 국민, 독자들은 '고소'와 '고발'을 제대로 구분하는 이가 많지 않아 실수를 했어도 눈치채지 못한단 생각에 그대로 방치했다. 법률용어는 흔히 잘못 쓰이니 사소한 실수를 부각시키지 않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코레일이 '고소장'으로 쓰고 철도경찰대도 '고소'로 보도설명자료를 썼어도 철도경찰대는 실제 사건 처리는 '고발'사건으로 다루게 된다.

언론보도에서 법률용어를 잘못 쓰는 일은 흔히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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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0.7.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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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피해를 주장했던 여비서가 경찰에 '고소'했으므로 '박원순 성추행 피고소(被告訴)' 사건으로 써야 했지만 최초 보도 언론을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에서 '피소(被訴)'로 썼다. 엄격히 따지자면 이 표현도 '피고소'로 바꿔써야 한다. '피소'는 '소를 제기당한 경우'를 의미하므로 민사소송에서의 용어다.

흔히 '피소'를 '피고소'의 축약으로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피소'는 법원에 '나'를 '피고'로 하는 '소장(訴狀)'이 접수됐다는 의미다. '피고소'는 경찰이나 검찰에 '나'를 '가해자'로 적시한 '고소장'이 접수됐단 의미다. 따라서 둘은 전혀 다른 의미다.

'피고소'를 '피소'로 잘못쓰는 경우와 같이 뒤늦게 바로잡기가 어려워 언론도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레일과 철도경찰대 같은 중요한 공기업·공공기관에서 '고소'와 '고발'을 구분하지 못하고, 법률전문가가 아닌 직원이 '고발장'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고소장'을 쓰게 만든 상황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언론 역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다른 분야의 전문용어는 엄격히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언론도 법률용어에서의 오류는 흔히 그대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독자들의 법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강화시킬 수 있어 개선돼야 한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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