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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신도시 땅 투기’ 조사도 처벌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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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수사 확대 불구 실효성 의문

공직자·LH 직원·가족 5만여명 대상

文, 청와대 전직원 전수조사도 지시

업무상 비밀활용 입증 쉽지 않아

가족은 거래내역 제출 강제 못해

경찰 특수단 편성… 전격 수사 착수

“선거 앞두고 보여주기 단속” 지적

세계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가 전방위 조사로 확산되고 있는 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LH홍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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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에서 촉발된 조사가 전방위적인 수사로 확대됐다. 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특별수사단(특수단)을 편성해 투기행위 단속에 들어갔다. 공직자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 공분이 큰 상황에서 수사권이 없는 정부 합동조사단(합조단)의 한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경찰이 전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기업 직원의 일탈로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대대적인 조사로 급한 불을 끄려는 모양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합조단이 일주일 만에 결과를 내놓겠다고 장담하는 것도 미심쩍다는 반응이 많고, 현행 법으로는 지금껏 알려진 투기 의혹 사례를 처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코앞에 닥친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보여주기식 단속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LH 직원의 땅투기 의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특수단은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인 LH 임직원 의혹을 포함해 공직자 등의 내부정보 이용행위 등의 투기행위 단속에 들어간다. 특수단은 먼저 조사 활동을 시작한 합조단과 별개의 수사를 진행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투기세력을 적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등 전 직원과 가족의 신도시 토지거래 여부를 신속히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자체 조사에 들어가면서 조사·수사 범위도 계속 늘고 있다.

세계일보

5일 오후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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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조단은 이날 경남 진주의 LH 본사에 조사단을 보내 직원 땅투기 의혹 조사와 내부 복무관리 실태 점검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했다. 이런 식으로 국토부 본부 및 지방청 공무원, LH 직원과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5만여명이 투기의혹 조사를 받는다.

조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국토부는 현재 소속 공무원 등의 부동산거래 내역이 담긴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취합 중이다. 직원 본인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일부 직원은 신도시 관련 업무도 아닌데 무차별적으로 동의서를 받고 배우자와 부모, 자녀까지 대상에 포함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계좌추적이나 압색수색 등 객관적 물증 확보도 불가능하다. 경기도는 배우자, 직계존비속에 형제·자매까지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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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간호사관학교 임관식 참석한 文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대전광역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1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졸업생도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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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만일 이들이 거부하면 정보제공 동의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공직자윤리법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라도 독립 생계를 유지하면 재산공개를 하지 않도록 한계를 두고 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마다 직계존비속 재산공개를 거부해 논란을 부르는 그 조항이다.

합조단의 이첩을 받은 특수단이 위법 여부를 밝히기도 쉽지 않다. 공직자윤리법이나 공공주택 특별법 등에 의해 처벌 대상이 되려면 업무상 비밀이용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언제, 어떤 경로로 업무상 비밀을 취득했는지가 관건인데 단시일 내에 이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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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의혹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 주민설명회'가 열린 5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서 토지 LH 한국주택토지공사 규탄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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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장관은 광명·시흥 땅을 산 직원에 대해 “이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것은 아닌 것 같다.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샀다. 변 장관은 “LH 직원들의 투기행위를 두둔한 것처럼 비치게 된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공직자 투기 의혹 관련 제보가 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변 관계자는 “LH 투기 의혹뿐 아니라 전국 신도시·개발예정지 투기 의혹 관련 부정행위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기천·김승환·박지원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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