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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귀하신 몸' IT 개발자 달라진 위상…수요 급증에 몸값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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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유통 등 全산업군서 디지털化 가속도…"개발자 공급, 수요 못따라가"

'평생직장' 개념 미미…"장기적인 보상보단 대신 즉시보상 원하는 분위기"

뉴스1

SK텔레콤이 정부 설립 혁신 교육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SK텔레콤 제공) 2020.9.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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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IT업계를 중심으로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인력 유출을 막고 실력있는 개발자 등 직원을 영입하기 위해 전 직원의 연봉을 일괄 2000만원 인상한 게임사부터 수백억 적자에도 일괄 1200만원 인상을 발표한 게임개발사까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곳곳이서 벌어지고 있다.

불과 3년 전만해도 IT업계에선 '불이 꺼지지 않는', '퇴근은 없다' 등의 자조섞인 표현을 쉽지 않게 들을 수 있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근로여건이 대폭 개선되면서 현재는 타 산업군 기업들보다 근무 환경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듣는 회사도 적지 않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IT업계를 비롯해 금융권, 유통업계 등 각 산업 전반에서 앞다퉈 디지털 전환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수요가 많아진 개발자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이에 IT업계 안팎에선 이번 연봉경쟁의 가장 큰 이유로 수요대비 개발자 공급 부족현상을 꼽으면서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비교적 미미한 IT업계 특성과 판교 등 일부 지역에 개발인력이 대거 몰려있는 점을 꼽고 있다.

◇"개발자를 사수하라"…IT업계 연봉인상 경쟁은 현재진행형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모바일게임 '킹스레이드'로 널리 알려진 게임 제작사 베스파는 3일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 연봉을 1200만원씩 일괄 인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IT업계에서 최대 2000만원 일괄 인상 등 급격한 연봉인상 사례가 줄을 잇고 있어서 크게 주목받을만한 발표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베스파의 연결 재무재표 기준 영업손실이 318억원에 달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집중 조명됐다.

최근 IT업계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연봉 인상 경쟁은 지난달 1일 넥슨이 개발직군 직원 연봉 일괄 800만원 인상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같은달 10일에는 넷마블이 재직자 연봉을 일괄 800만원씩 인상하고, 신입사원 연봉을 개발직군 5000만원, 비(非)개발직군은 4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당근마켓의 경우 최근 개발자 최저 연봉을 5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에는 컴투스와 게임빌이 재직자 연봉을 평균 800만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25일에는 게임 제작사인 크래프톤이 올해 개발직군(엔지니어) 연봉을 일괄 2000만원 인상한 6000만원, 비개발직군은 1500만원 인상한 5000만원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조이시티 역시 전 직원의 연봉을 1000만원씩 올렸다. 게임업계의 연봉 인상 경쟁은 현재진행형으로 아직 인상을 발표하지 않은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등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연봉인상 경쟁 원인은?…"장기보상보다 즉시보상 원하는 분위기"

게임회사들을 비롯한 국내 IT업계에서 개발자들의 위상은 180도 바뀌었다. 과거 스스로를 '3D업종 중의 3D업종'이라고 표현하던 때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정부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IT기업 자체적으로도 복지 향상에 신경쓰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개발자들의 근로 여건과 삶의 질은 점진적으로 개선돼 왔지만, 급여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목소리는 적지않았다.

그러나 최근 전(全)금융사들이 앞다투며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고, 유통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 보다 고도화된 디지털 환경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개발자 수요는 급격하게 늘고,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IT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양성 기관에서 교육받은 이들을 뽑아도 3년~5년정도 개발업무를 맡아 필요한 역량이 쌓이는데, 이 기간이 길고 매년 양성하는 숫자도 제한적"이라며 "기업에서 직접 양성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고, 이직이라는 큰 리스크가 있어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한된 국내 개발인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IT기업마다 소속 개발자를 지키고 실력있는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 이같은 연봉인상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개발자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이 가장 큰 요소로로 꼽히는 가운데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다수의 IT기업이 판교라는 공간에 몰려있어서 평소 이들간의 소통이 자유롭고, 동종업계 내에서 이직을 하더라도 출퇴근 등 지리적인 요소가 부담되지 않는 다는 점이 꼽한다.

아울러 개발자들 사이에선 '평생회사'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서 타 산업군 대비 쉽게 더 보수가 많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도 이번 연봉인상 경쟁을 촉발한 요소로 꼽힌다. IT기업들 역시 IT산업은 사람이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보니 급격한 연봉인상은 이미 예고된 일이나 다름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상황을 보면 (다수의 개발자들은) 장기적인 보상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 "과거 게임회사들이 고도성장한 시기에는 성공한 만큼 보상을 나눠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들어 지난해 대형 게임회사의 매출이 코로나19 영향으로 2배가까이 뛰었는데, 개발자를 비롯한 직원들의 보수를 2배로 늘리지는 않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과거보다 게임을 성공시키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보니 장기보상보단 즉시보상을 원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으면서 연봉인상 경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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