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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철천지 원수처럼 욕하더니"…싸우면서 닮아가는 삼성-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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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다. 자사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를 과감히 깎아내리다가도 필요할 때 서로는 가장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싸우면서 닮아간다는 말처럼 각자 위치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강력한 라이벌로 성장한 삼성과 애플은 상대방의 장점은 또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것에도 서슴지 않았다.

◆애플, 삼성처럼 아이폰에 펀치홀 스크린 채택?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부터 출시할 아이폰 신제품에 '노치' 디자인 대신 '펀치 홀' 디스플레이를 채택한다.

노치는 상단 일부를 비워 카메라를 배치한 디자인이다. 일명 'M자 탈모'라고도 불린다. 애플은 2017년 출시한 아이폰X부터 지낸해 아이폰12에 4년 연속 이 디자인을 채택했다.

애플이 노치 대신 적용하는 '펀치 홀' 디스플레이는 사실 삼성이 원조다. 스크린 상단에 구멍을 뚫어놓은 형태로 삼성이 2018년 12월 '갤럭시A9 프로'에 처음 적용했다. 카메라 구멍을 제외한 전면이 모두 디스플레이라 풀스크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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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 디자인 '아이폰12'(왼쪽)와 펀치 홀 '갤럭시노트20'. [사진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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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전해 들은 스마트폰 커뮤니티 누리꾼들은 "(애플이) 또 따라하네", "노치 거슬렸는데 없애길 잘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트렌드가 꽉 찬 화면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추세라 애플도 이 같은 기조를 따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애플이 삼성을 따라한 경우가 있었다. 스티븐 잡스 전 애플 CEO는 생전에 "손가락이 있는데 스타일러펜이 필요하냐"며 펜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2011년 삼성이 S펜을 지원하는 갤럭시노트를 공개하고 큰 호응을 얻고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자, 애플은 '잡스 시대와의 결별'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2015년 애이패드 프로와 함께 애플 펜슬을 출시했다.

지난해는 애플 펜슬 2세대까지 출시하며 스타일러스펜 도입을 확장하는 추세다. 이제는 아이폰에도 펜이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애플 따라 이어폰 단자 빼고 인덕션 적용한 삼성

반대로 삼성이 애플을 따라한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초 삼성이 선보인 갤럭시S20에는 인덕션 형태의 카메라 모듈이 탑재됐는데 이 또한 2019년 출시한 아이폰11에 처음 적용된 디자인이다.

주방기구 '인덕션'을 닮아 붙여진 이 별명은 본체보다 툭 튀어나온 카메라 모듈 때문에 이렇게 불려졌다. 아이폰11에 이 디자인이 적용됐을 당시 "징그럽다. 곤충 눈알같다", "튀어난 게 너무 거슬린다" 등으로 조롱 받았지만 아이폰11은 '반전 흥행'을 이어가며 전작을 뛰어 넘는 판매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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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션 카메라 디자인이 처음 채택된 아이폰11(왼쪽)과 갤럭시S20. [사진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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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갤럭시A51을 시작으로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에 인덕션 카메라 모듈을 채택했다. 인덕션 디자인은 카메라 성능 향상과 함께 고스펙 카메라와 렌즈가 탑재하려면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다. 다만 시기적으로 너무나 겹치는 탓에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삼성이 애플을 따라했다는 인식이 강했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2부터 유선이어폰과 충전기를 스마트폰 기본 구성품에서 제외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애플의 공식 입장은 '환경 문제'였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외신을 통해 삼성이 갤럭시S21부터 충전기와 유선이어폰이 빠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예측은 맞았떨어 졌고 올해 1월 출시한 갤럭시S21 충전기와 이어폰이 빠진 최초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됐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를 조롱하다가도 따라한 이력은 많다.

2018년 당시 삼성은 유튜브에 '인지니어스(Ingenius)'라는 제목으로 애플의 이어폰 단자 제거를 비판하는 광고를 연달아 3편을 게재했다. 광고에서 삼성은 아이폰을 쓰려면 동글(Dongle)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며 애플을 비판했지만, 이듬해 이어폰 단자 제거를 따라한 갤럭시노트10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출시 당시 인지니어스 광고 시리즈를 삭제하면서 "삼성의 적은 삼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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