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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변희수 하사를 기억합니다” 서울광장·지하철서 이어진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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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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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를 함께 기억하는 추모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고인을 기리며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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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트렌스젠더라고 밝힌 첫 직업 군인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물결이 6일 서울에서 이어졌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차별금지법제정연대·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시청역에서 출발해 을지로방향으로 지하철을 타면서 각자의 마음을 담은 책을 읽은 뒤, 오후 4시30분 서울광장에 모여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오후 4시30분’은 변 전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바로 그 시각이다. 변 전 하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저에게 기회를 달라”며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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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를 함께 기억하는 추모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고인을 기리며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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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지하철에서 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다루는 책을 읽는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증했다. 변 전 하사의 생전 활동을 기리고, 그를 기억하기 위한 퍼포먼스다. 무지개 깃발을 들거나 팔찌, 리본 등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소품들을 착용했다. 인증글에는 ‘#힘을_보태어_이_변화에 #변희수_하사를_기억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각자 변 전 하사의 기자회견 영상과 음악을 들으며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SNS를 통해 “400여명의 시민들이 변 전 하사를 기억하는 추모행동에 함께 했다”며 “그녀가 떠나서 가슴 아프고 슬픈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며 용기와 위안을 얻었지만, 다시는 이렇게 슬픈 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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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를 함께 기억하는 추모행동’에서 참가자가 고인의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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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전날 추모 성명을 내고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가자”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군은 변 하사에게 오래도록 깊고 명백한 상처를 남겨왔다”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낡고 반인권적인 사고에 갇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 여기에 더해 이름 없이 날아오는 차별과 혐오의 손가락질은 (변 하사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당당한 모습의 멋진 부사관 변 하사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소수자의 다양한 삶이 배제되고, 낙오하고, 모자란 삶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존엄한 삶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기필코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4일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김기홍씨에 이어 성소수자 혐오에 공개적으로 맞서 싸워온 트랜스젠더들이 연이어 스러진 것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02-745-9191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카카오톡 친구 ‘띵동119’)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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