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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 양선우 "서울광장 퀴어축제, 선거판 제물로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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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광장에서의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놓고 후보들의 찬반 논란이 쟁점화되는 것에 불쾌해했다. 지난 2일 '더팩트'와 인터뷰 중 생각에 잠긴 양 위원장. /신촌=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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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찬반, 우리가 반대해도 되는 존재냐"

[더팩트ㅣ신촌=이철영 기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선거철마다 후보자들 사이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번이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거진 서울광장 퀴어축제 논란에 담담했다. 이미 여러 해 겪어왔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는 후보들의 서울광장 퀴어축제를 둘러싼 입씨름을 "유치하지도 않다"라며 웃었다.

그는 "퀴어축제가 올해로 22회를 맞는다. 행사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면 좀 이해하겠는데 정치권이 아직도 이런 혐오를 하며 표를 계산하는 것 같다"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더팩트>는 지난 2일 서울 신촌에 있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양 위원장과 만나 약 1시간 동안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광장 퀴어축제' 정쟁화에 대해 들었다.

서울광장 퀴어축제 논란은 지난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첫 TV토론을 통해 공론화됐다. 안 대표는 퀴어축제와 관련한 금 전 의원 질의에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안 대표는 서울광장이 아닌 외곽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보궐선거 후보들은 반대 또는 입장을 보류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선거판의 정치적 제물로 삼지 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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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위원장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의 퀴어문화축제 찬반 논란에 대해 "표를 계산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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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위원장도 후보들의 이런 태도에 "서울광장 퀴어축제를 찬성한다고 하면 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누구는 넌지시 자신은 서울광장에서 축제가 열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어떤 진영의 확보된 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사실상 성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후보들의 이런 혐오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표를 의식한 것"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찬반을 이주민, 장애인으로 바꿔 찬반을 묻는다면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즉, 성소수자는 반대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안 대표의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양 위원장은 "개인의 선택 문제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고 쿨하게 동의했다.

다만 그는 "어떤 사람은 퀴어문화축제를 싫어할 수 있다. 축제에 참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거부할 권리라고 후보가 TV토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의 선택 문제를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발언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성소수자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양 위원장의 주장도 어느 정도 이해됐다. 그의 말투에서는 정치권의 성소주자 찬반 말싸움에 이골이 났거나,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습에 대응할 가치를 찾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해 보였다.

그는 또, 서울광장이 아닌 서울 외곽에서 행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서울광장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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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더팩트'와 서울광장 퀴어축제 정치 쟁점화와 관련해 인터뷰하는 양 위원장.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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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는 1회 서울 대학로를 시작으로 홍대, 신촌, 이태원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서울광장으로 자리 잡았다. 축제가 장소를 계속해서 바꾼 건 초기 인원이 50여 명 안팎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원이 늘어, 현재는 약 10만 명 가까이 행사에 참여한다.

양 위원장은 "행사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서울광장"이라며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고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가 서울광장에 가면 안 되는가? 이미 2010년 조례가 바뀌어서 서울광장은 시민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곳이다. 성소수자의 이용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 되나.(들이 대는가?) 아직도 왜 서울광장이냐는 질문 자체가 너무 우매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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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6월 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당시.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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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안 대표를 겨냥해 "외국에서는 축제가 외곽에서 한다는 데 조금만 조사해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만, 일본은 매년 시청 앞에서 한다"고 반박했다.

양 위원장은 특히 서울광장 사용이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가능하지 않음에도 후보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광장 사용은 시장이 허락하는 문제가 아니다. 광장사용 조례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어이없어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광장 사용은 서울시장의 결정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 2010년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으로 '서울시 열린광장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또, 광장사용허가제를 사용신고제로 변경했다. 특히 조례에는 '연령·성별·장애·정치적 이념·종교 등을 이유로 한 사용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운영위는 전문가, 시의원, 시민단체 대표 등 15인 이내로 구성돼는 데, 운영위원을 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해 시장의 의지와 판단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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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위원장은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특정 집단의 표를 의식해 성소수자 문제를 이슈화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소수자는 우리 주변에 누구나,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사람"이라며 정치적 혐오 중단을 요구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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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후보가 최종 확정되면 서울광장 퀴어축제 문제가 재등장할 수 있다. 양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별로 없다"라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성소수자를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괴롭혀 오지 않았나"라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20년 넘게 했다. 후보들은 서울광장 사용 찬반을 놓고 TV에서 한마디 하는 것이겠지만, 듣는 성소수자는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 자신을 드러내고 정치권을 향해 분노할 수 있는 성소수자가 몇이나 되겠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분명 우리의 시민의식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할 정도로 성숙했는데 정치는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가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깨달은 게 있다. '우리는 모두 차별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경험이다. 확진자가 되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주변인들에게서 멀어지며 느끼는 감정이다"며 "성소수자는 우리 주변에 누구나,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사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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