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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무플방지] 윤석열 사퇴 뒤 조국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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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윤석열...김종인 "이제 야인"

대선 1년여, 재보선 한달 여 앞두고 '사퇴'

'정권 심판론' 불씨..."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다.” (마태오 복음서)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이 자신과 대척점에 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다음 날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조 전 장관은 “진보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집요한 표적수사로 보수 야권 대권후보로 부각된 후, 대선 1년을 앞두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국민 보호’를 선언하며 시작을 한 검찰총장”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난 6일 “‘검찰당’ 출신 세 명의 대권후보가 생겼다”며 “홍준표, 황교안, 윤석열”이라고 나열했다.

자연인 아닌 ‘야인’ 윤석열?

윤 전 총장은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발하며 그의 말대로 직을 걸었지만 대중의 관심은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에 쏠렸다.

그가 자연인이 되자마자 여권에선 ‘정치인’으로 분류했고 야권에선 한발 더 나아가 ‘야인’으로 보기 시작했다.

여권에서 확신을 키운 건 윤 전 총장이 사의를 나타낸 시점이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설마 내가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판·검사 출마제한법’ 때문에 오늘은 택한 건 아니겠지요?”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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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전날인 지난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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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현직 검사나 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법원조직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판·검사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되지만 이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윤 전 총장은 내년 3월 9일 차기 대선이 열리는 1년 전인 오는 9일까지는 물러나야 한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사퇴 직후 법안 심사를 촉구하며 “대선이든, 지방선거든, 출마를 위해서라면 지금 시점의 사퇴는 최소한 지켰어야 할 직업윤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전 총장과 차기 대권주자로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 경쟁을 벌여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KBS 라디오에서 “결국 정치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잘했으면 좋겠다”면서 “응원은 아니다. 합리적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도움되는 정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에게 인생의 단 한 번뿐인 ‘별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수 언론 매체를 통해 “윤 전 총장이 야인이 된 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우리 당으로 올 거라고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라며 윤 전 총장에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제3 지대로 합류할 가능성도 없다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최근 K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에) 야권 지지자의 많은 기대가 모여 있는 만큼 앞으로 정치를 하든 하지 않든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태주시는 역할을 하시면 좋겠다는 게 제 희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안철수 신기루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신기루 역시 보수기득권 언론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오아시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지금 이 시점에 사퇴한 이유”

김 후보를 비롯해 다른 후보들도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두고 불거진 ‘윤석열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전 장관과의 갈등 상황에서 ‘때릴수록 오른다’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체감한 더불어민주당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윤 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어색해 보이는 사퇴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윤 전 총장이 보궐선거 기간에 모습을 보이지 않겠냐는 전망에 대해 “중대범죄수사청 과정에서 반발하면서 사표를 쓰고 나온 것인데 바로 정치 일선으로 끌어들이는 분석이 나오게 되면 그분의 순수한 의도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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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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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2월4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 오는 재보선 성격이 ‘국정 안정론’이라는데 동의하는 응답은 43%,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응답은 40%로 팽팽했다.(2월 22~24일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가운데 윤 전 총장의 사퇴 자체가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인 것이란 해석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시사저널을 통해 “그의 사퇴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문재인 대 윤석열’의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며 “야권이 이기면 윤 전 총장에게는 날개가 달리게 된다. 문 대통령을 이긴 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지금 이 시점에 사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풀이했다.

배 소장은 윤 전 총장이 대권가도를 달리기 위해선 재보선에서 그 영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사의를 표명하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윤 전 총장은 앞으로 강연이나 저술 활동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당시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높은 관심을 받으며 제3지대에서 정치를 한 인물들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정치 행보 초기 사소한 실수로 타격을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17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지지율이 30%대까지 올라갔으나, 지하철 발권기에 지폐를 잘못 넣는 등의 촌극으로 친서민행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결국 중도하차 했다.

검사 출신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현충원에서 국기에 목례를 하고 분식집에서 어묵을 보며 “이거 어떻게 먹는 거죠?”라고 묻는 등 어색한 모습이 쌓이면서 그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윤 전 총장도 재보선 결과와 그를 뒷받침하는 조직의 힘이 변수가 되겠지만, 결국 혹독한 검증 절차를 거쳐 정치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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