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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PB칼럼] 이제는 주택대출 금리 상승에 대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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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민 NH농협은행 ‘올백(All100) 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금리상승 부담, ‘20~30대 영끌’ 세대에 치명적

헤럴드경제

윤수민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미국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금리 상승이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금리는 사전적으로 ‘빌려주거나 빌린 돈에 붙는 이자’를 의미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과 연관된 ‘대출 비용’으로 인식된다. 즉, 금리가 높다는 의미는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임차하기 위하여 빌린 돈에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금리가 낮다는 것은 비용이 적게 발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반적인 가구의 생애주기에서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은 상당히 큰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이며, 이때 부족한 자본을 충당하기 위한 대출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 중 하나이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을 받을 때 어떤 금리가 그 기준이 되는지,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등 중요한 사항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3년 미국 모기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중 59%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게 대출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52%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등 금리 선택을 잘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열 명 중 세 명은 남들보다 비싸게 대출을 받았을 정도로 ‘금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출금리 동향을 살펴보기에 앞서 금리 상승이 주택대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주택대출 금리의 결정 구조를 살펴보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고정금리의 경우 ‘금융채 5년물’, 변동금리의 경우 ‘코픽스 금리’를 기준금리로 활용하고 전세대출은 주로 ‘코픽스 금리’나 ‘CD금리’를 기준금리로 활용한다.(여기서 말하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아닌 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리를 의미한다) ‘코픽스 금리’는 은행들이 실제로 취급한 예금이나 적금 등의 금리를 평균한 것으로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매달 발표한다. 예금이나 적금 금리를 기초로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의 변동 폭도 크지 않고, 다른 금리들에 비해 실제 시장에 반영되는데 까지 약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특징도 있다. 하지만 ‘금융채’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한 채권으로, 그 금리는 채권의 가격과 같아서 채권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이로 인하여 ‘금융채’ 금리는 금융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제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도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CD금리’도 금융채 금리와 같이 양도성 예금증서(CD)가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금리로 적용되며, 전반적인 특징은 ‘금융채’와 같다.

이렇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기본 금리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설명한 이유는 최근 미국 채권시장과 같이 국내에서도 시장금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여기서 시장금리는 가장 대표적인 채권인 ‘국고채 10년물’을 의미한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8월 1.3% 내외에서 6개월간 꾸준히 상승하여 2월말 기준 1.9%내외 수준까지 상승했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국고채 10년물’ 금리보다 상승폭은 적지만, 같은 기간 1.3%에 머무르던 금리가 최근 1.6% 수준까지 상승했다. 한편, 금리 변동성이 적은 ‘CD금리’는 올해 초 0.66% 수준을 기록하다가 최근 0.74%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채’나 ‘CD금리’의 상승은 직접적으로 주택관련 대출 금리를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인상하도록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금리의 상승도 주택대출에 영향을 미치지만, 기준금리의 인상은 단순히 부동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파급력은 훨씬 크다.

국고채 금리 상승에 관심이 지속되는 것은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국고채 발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국채 발행이 지속될 경우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공급이 증가하여 채권의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한다. 이미 높아진 채권의 금리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국고채 금리뿐만 아니라 금융채와 같은 다른 시장금리 상승을 가져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는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증가하게 된다. 한마디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당장 인상되지 않더라도 내가 가진 대출에 적용된 기준금리는 상승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내 대출 금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출 금리의 상승이 모든 대출자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3억원의 전세자금대출과 1억원의 신용대출을 보유중인 대출자의 경우 대출 금리가 0.30p% 상승하는 경우(연 2.8%에서 연 3.1%로 증가) 이자부담은 매월 약 10만원 증가한다. 만약 안정적인 소득을 바탕으로 월 10만원 이상을 여유자금으로 저축하거나 보유하는 가구에서는 대출이자 상승이 큰 부담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가진 소득의 대부분을 대출을 갚는데 쓰고 있다면 월 10만원의 상환액 증가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은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큰 4~50대에 비해 현재 소득 수준에 비하여 무리하게 대출을 이용 중인 소위 ‘20~30대 영끌’ 세대에게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강력한 LTV·DTI 규제가 적용되고, 주요 대도시는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어 더 강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대출 금리 상승이 직접적으로 가계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영끌’을 고민하는 20~30대라면, 현재의 금리 수준에 1~2%p를 더한 상황에서도 내가 대출을 상환할 여력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해 볼 것을 권한다. 금융기관을 통한 전문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포털사이트의 ‘원리금상환계산기’를 통해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본다면,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른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코로나에 대비해 백신을 맞는 것처럼, 부동산 대출에서도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백신을 경험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강한 면역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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