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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팀 이름이 ‘랜더스'라 다행인 남자 [장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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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정영석 SSG 랜더스 응원단장

조선일보

정영석 SSG 랜더스 응원단장은 그 누구보다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사람이다. / 치어킹코리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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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인천 야구 팬들의 걱정을 한몸에 받는 남자가 있다. SSG 랜더스의 정영석(40) 응원단장이다. 지금쯤이면 기존 응원가에 올 시즌 새로 추가할 노래 리스트를 거의 완성해야 할 때이지만, 지난 두 달간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1월 25일 신세계 그룹 이마트가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한다는 깜짝 발표가 나왔다. 지난달 23일엔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신세계 야구단에 합류한다는 ‘빅 뉴스’가 야구계를 들썩이게 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인수를 발표하고 40일가량이 흐른 지난 5일 SSG 랜더스란 야구팀 이름을 확정했다.

응원단장 입장에선 그동안 팀 명칭이 정해지지 않아 응원가를 녹음할 수 없었다. 더구나 팀 이름이 몇 글자인지 몰라 박자를 정하기도 애매한 상황. SK란 글자가 들어가는 응원가도 싹 바꿔야 하고, 관심이 집중될 추신수 응원가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팬들로부터 ‘극한 직업’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 일렉트로스가 아니라 한 시름 놓았다

정영석 SSG 랜더스 응원단장은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고 하자 껄껄 웃으며 “오히려 팬 여러분과 더 친해질 수 있고 더 즐겁게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해내자'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팀 이름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솔직히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처음에 일렉트로스란 이름이 새로운 팀 명이 된다는 말이 나왔잖아요. 근데 일렉트로스는 다섯 글자라 구호나 노래로 만들기엔 좀처럼 각이 안 나오더라고요.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확정된 이름이 아니라고 해서 한 시름 놓았죠.”

최근 들어 ‘SSG 랜더스’로 팀 명이 정해졌다는 얘기가 야구계에 돌면서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예상한 팀 이름이 그대로 공개됐다.

“에스에스지가 다섯 글자라 팀 명은 짧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세 글자가 됐어요. 랜더스는 한 박자로 가도 되고 랜~더스 이렇게 두 박자로도 갈 수 있어 자연스럽습니다. 새로 만들 음원은 엠알은 거의 찍어 놓았어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녹음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정영석 단장은 올 시즌 10곡 정도 새로운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팀 이름이 바뀌면서 아예 못 쓰는 노래와 가사를 바꾸는 노래, 그리고 새로 추가하는 노래가 각각 30% 정도씩 됩니다. 이번 기회에 싹 리뉴얼을 하는 거죠. 노래 리스트업은 해 놓았고, 현재 70~80%의 노래는 녹음만 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 공개하지 못한 노래도 올 시즌 선보일 예정입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추신수 응원가 만들기

응원단장들은 각 구단 단장들만큼이나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낸다.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휴대폰을 꺼내 FA나 트레이드 소식을 살펴보는 것도 스토브리그의 주요 일과다. 새로운 선수가 팀에 오면 새 응원가를 준비해야 한다.

올 시즌엔 대형 FA인 최주환이 새로 팀에 합류하면서 더 바빴다. SSG 랜더스로선 9년 만의 첫 외부 FA 영입. ‘안타 안타 날려버려 최주환~’으로 시작하는 두산 시절 응원가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터라 부담도 컸다.

“최주환 선수가 준 몇 가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응원가의 기본은 즐겁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우리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고 힘이 나는 그런 노래여야 하고요. 팬들이 기대하신 만큼 실망을 드려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최주환 응원가도 제법 큰일이었는데 더 큰 일이 벌어졌다. 바로 추신수의 영입이었다. 정 단장은 “초대형 계약 소식을 듣자마자 ‘추신수 응원가는 어떻게 만들지’란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슈퍼스타에 걸맞게 응원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정말 많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더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또 취합하고 있어요. 추신수 선수에게도 의견을 물어봐야죠.”

◇ SK 와이번스란 이름과 작별하는 시간

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며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 단장 역시 인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전날만 해도 구단 직원들과 응원가 회의를 하고 왔었거든요. 그날 오전 아는 분들이 인수 소문을 들려줬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을 쳤죠. 근데 곧 오피셜이 뜨더라고요.”

2014시즌부터 SK 와이번스의 응원을 이끌며 그 누구보다 구단 이름을 많이 외친 정 단장이기에 쉽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짧으면 짧다고도 할 수 있지만, 7년 동안 SK란 이름이 입에 달라붙어 있었잖아요. 저도 그 이름을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했어요. 1주일 정도 저 나름대로 정리하고 SK 와이번스와 작별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영석 단장은 SK 와이번스의 공식적인 마지막 날이었던 5일, 제주 강창학 구장에서 ‘굿바이 와이번스데이’ 행사를 함께했다.

“지난 7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SK 와이번스란 이름을 원 없이 외쳐봤어요. 역사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남겨두는 거잖아요. 이제 다시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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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석 응원단장이 지난 시즌 응원을 이끄는 모습. / 정영석 단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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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육성 응원을 할 날만 기다려요

정영석 단장은 2021시즌이 생소함을 극복해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했다.

“아무래도 SSG 랜더스란 새 이름이 바로 팬들 입에 붙기는 쉽지 않잖아요. 다른 시즌보다 더 디테일하게 준비하고 연구해야죠.”

작년 코로나 여파로 비대면 응원을 많이 펼쳐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해엔 정말 많은 시도를 해 봤습니다. 소셜미디어 활용이나 랜선 응원 같은 이벤트도 이제 체계를 갖추게 됐고요. 팬들로선 이제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게 된 거죠. 코로나가 없어진 후에도 비대면 응원은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역시 응원은 야구장에서 하는 게 제 맛이다. 정 단장도 그날을 위해 목을 더 가다듬고 있다.

“경기장에서 육성 응원이 가능해지는 그날, 있는 힘껏 소리 질러 팬들의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받았던 스트레스를 야구장에서 다 풀고 가실 수 있게 할게요.” 그는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올 시즌을 보낼 생각이다.

정 단장은 아직도 2018시즌을 잊지 못한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둔 뒤 한국시리즈에 올라 두산을 제압하고 우승을 거둔 바로 그 해다.

“2018시즌을 보낸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응원단장입니다. 이제 SK 와이번스를 가슴 속에 남겨두고 열심히 SSG 랜더스를 외쳐보겠습니다. 경기장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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