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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야경 맛집'된 서울 응봉산…방문차량 몰려 주민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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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교통난 증가…전문가 "행정당국, '과잉 관광' 대책 필요"

연합뉴스

5일 오후 9시께 응봉산 팔각정 진입로
[촬영 이승연 수습기자]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황윤기 기자 = "빵빵(차 경적)", "차가 먼저 내려가고 나서 올라가셔야죠. 한 대도 겨우 지나갈까 말까 한데……."

금요일인 지난 5일 오후 8시 30분께. 서울 성동구 응봉산 꼭대기 팔각정 방면 경사로는 방문객들이 몰고 온 상·하행 차량이 뒤엉켜 소란이 일었다. 2차선 도로지만 도로 양쪽에 차들이 세워져 한 번에 한 대만 통행할 수 있었다. 다른 방문객이 응봉산 정상에서 내려와 차를 빼 주고 나서야 소란은 일단락됐다.

인근 주택에 사는 이모(45)씨는 "차가 막히다 보니 새벽 1~2시까지도 경적 등 소음에 잠을 못 잘 지경이고 주말에는 저녁에 차가 너무 몰려 사람이 다니지도 못할 정도"라고 했다.

7일 성동구 등에 따르면 최근 야경을 감상하려 응봉산을 찾는 이들이 몰려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응봉산 팔각정은 한강은 물론 서울숲·롯데타워 등 서울 동남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명소다. 지난해에는 TV 프로그램에 '야경 맛집'으로 소개되며 새벽까지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평일 하루 평균 300명, 주말은 500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 해발 94m로 야트막한 산이지만, 경사가 제법 가팔라 상당수는 차량을 이용해 정상 인근까지 이동한다고 한다.

연합뉴스

응봉산 팔각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정상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차로인 독서당로62가길이 2차선으로 좁은 데다 길을 따라 다세대·단독주택이 밀집한 주택가라는 점이다. 길가에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있어 퇴근시간대 이후에는 양쪽으로 차들이 늘어선다. 방문객 차량까지 진입하면 소음이 발생하고, 주민과 갈등도 종종 빚어진다.

주민 유모(69)씨는 "오후 8시께부터 올라가는 차와 내려오는 차가 엉키기 시작하는데 한번 엉키면 해결이 20~30분씩 걸려 주민들이 직접 나서 처리를 도울 때도 있다"며 "경사도 가파르다 보니 혼잡 상황에서 담벼락이나 주차된 차를 들이받는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잦다. 성동경찰서 응봉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소음이나 교통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현장 조치는 하지만 그 이상은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어 곤란하다"고 했다.

민원이 잦아지자 성동구는 경사로 곳곳에 '주차 금지', '응봉역 앞 공영주차장을 이용 바란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여 방문객들에게 차량 이용 자제를 당부했다.

구 관계자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도로이기에 불특정다수 방문객의 차량을 전면 통제하는 건 어렵다"며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게 원인이지만 현재는 주차장을 따로 만들 공간이 없어 우선 소음을 줄이려고 기존 콘크리트 노면을 미끄럼 방지 포장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근 주민이 입는 피해를 최소화해 '지속 가능한 관광'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관광학회 회장인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이 갈등은 '과잉 관광'(수용 가능 범위를 넘어 관광객이 몰려 주민 삶을 침범하는 현상)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행정당국이 주민을 위해 방문객을 관리하는 등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h@yna.co.kr,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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