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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그런 취지 아냐” “저의 불찰”…변창흠 장관의 ‘사과사(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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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사장 시절 발언 논란부터…광명·시흥지구 사전투기 의혹 옹호하냐는 비판까지

세계일보

지난해 12월23일,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였던 변창흠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구의역 사고’와 관련한 과거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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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2개월이 지나도록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연신 진땀을 흘리고 있다.

“유감스럽다”거나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하지만, 누리꾼들은 이마저도 믿을 수 없다며 말 한 마디를 무겁게 여기라고 변 장관을 비판한다.

시작은 지난해 12월말, 당시 국토부 장관 후보자였던 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진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시절 그의 내부 회의 발언 논란이었다.

2016년 SH의 한 내부 회의에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언급하면서,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에서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변 장관은 국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했다. 그는 “소홀한 안전관리로 인한 사고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며 “취지와 관계없이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직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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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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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변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SH 사장 시절, 셰어하우스 입주자 관련 정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못 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고 말했던 점을 해명하면서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며 “여성인 경우에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아침을 (모르는 사람과) 같이 먹는 건 아주 조심스러워한다”고 발언했다.

이미 셰어하우스 입주자를 ‘못 산다’고 단정하고 ‘미쳤다고 사 먹냐’며 상스러운 표현을 쓴 것도 문제였는데, 해명 과정에서 나온 말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얻어맞았다.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변 장관은 “듣는 분들 입장에서는 다른 오해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취지가 그게 아니었다는 말씀을 드린다.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맥락은 다소 다르지만, 비슷한 일이 인사청문회에서 또 있었다.

자신이 센터장을 맡았던 환경정의시민연대를 통해 봉사경력 제공으로 장녀의 특목고 입시를 도왔다는 의혹이 일자, 실제로는 학업계획서에 쓰지 않았다며 “(지원) 고등학교도 떨어졌다. 그러니 별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답한 거다.

학업계획서 실제 기재 여부를 떠나 목표했던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으니 이러한 질의 자체가 의미 없다는 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누리꾼들은 “붙었으면 의미가 있다는 뜻이냐”며 변 장관의 답변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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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전·현직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사전투기 의혹과 관련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진선미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등과 면담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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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전·현직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사전투기 의혹과 관련, MBC 기자 질의에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같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신도시 조성을 책임진 공기업인 LH의 일부 직원 땅 투기 의혹에 국민적 공분이 이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 장관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결론을 내고 감싸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5일 변 장관을 불러 “조직을 두둔하는 듯한 언동은 절대로 해서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변 장관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토지를 공적으로 개발하는 공기업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LH 직원들의 투기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투기행위를 두둔한 것처럼 비치게 된 점은 저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LH 및 지방공기업의 임직원은 이유 여하,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투기목적의 부동산 거래 행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자세로 철저히 조사해 강력히 처벌하고 제도개선에도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 장관의 다짐에도 많은 누리꾼들은 ‘철저한 조사’라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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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오른쪽)의 모습이 문재인 대통령 뒤쪽에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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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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