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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광명·시흥 논밭 매수자, 40% 서울 거주…투기 수요 몰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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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체계·신도시 개발 방식 자체 개선 필요하단 지적 나와

국토부 "문제점 살펴보고 개선방안 마련할 것"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지구에서 최근 1년간 논과 밭을 매수한 사람의 40%가량은 서울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밭 경작 대신 토지보상을 노리고 묘목을 심은 것으로 보이는 사례 등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농작이 아닌 투자가 목적인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신도시 토지보상 방식 등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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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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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흥 매수자 89명 중 34명이 서울 거주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와 그 주변부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지난 한 해 동안 10억원 이상 가격에 거래된 지목상 전(田)·답(畓) 거래 36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총 89명의 매수자 중 34명(38.2%)이 서울 거주자로 집계됐다. 광명시와 시흥시 거주자는 28명, 그 외 지역 거주자는 27명이었다.

광명시 옥길동의 3000㎡가 넘는 한 논은 지난해 8월 6명의 서울시민에게 15억여원에 팔렸다. 6명의 거주지는 구로구와 노원구, 종로구 등으로 다양했다. 이 중 2명은 이 논을 사기 한달 전인 지난해 7월에도 다른 지역 거주자 3명과 함께 인근 논을 사들였다.

또 지난해 6월 시흥시 과림동의 4000㎡가 넘는 한 밭은 3명의 서울 거주자에게 18억여원에 팔렸다. 이번에 광명 시흥지구에 땅을 사 문제를 일으킨 LH 직원 상당수도 서울 송파구와 판교 등 강남권 거주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선 2·4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광명 시흥 신도시가 지정된다는 사실이 정설처럼 돈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광명시와 시흥시 전역의 토지 거래도 최근 과열된 모습을 보여왔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토지 매매 동향 자료에 따르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9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간 광명시의 전체 토지 매매는 2만575필지로, 이 중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거래는 5876필지(28.6%)를 차지했다. 특히 광명 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한 달 전인 지난달 서울 거주자의 광명시 토지 매수 비중은 35.8%까지 치솟으며 월간 최고치를 달성했다.

시흥시의 경우 지난 2년간 전체 토지 매매 3만7355필지 중 서울 거주자의 매입이 5591필지(14.9%)에 달했다. 광명시와 시흥시의 집값(주택종합)은 지난해 각각 12.02%, 8.29% 올라 2008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이 구체화한 2018년부터 광명·시흥지구의 신도시 지정 기대감이 이어진 지난해까지 광명시와 시흥시의 3년 연평균 집값 변동률은 각각 8.48%, 1.79% 수준을 기록했다. 광명·시흥지구가 지정된 지난달에도 광명시는 1.26%, 시흥시는 1.51% 집값이 올라 각각 전달(1월) 상승률인 0.86%, 0.62% 대비 오름폭을 확대했다.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토지보상을 노리고 몰려드는 투자 수요를 막기 위해선 토지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토지보상에 더해 영농보상까지 노리고 개발 예정지에 묘목을 촘촘히 심어놓는 등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어 이 역시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묘목을 심어두면 보상은 다 자란 나무를 기준으로 이뤄지기에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신규 택지 개발 후보지나 도로 공사 예정지 등지에선 ‘묘목밭’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토지보상 체계의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투자 수요는 걸러내고 원주민에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토지보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방식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 방식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택지개발 예정지구가 갑자기 발표되는 현 방식에선 정보 접근성이 좋은 사람들은 갑자기 떼돈을 벌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택지를 개발하고 그에 맞는 투기 억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보라는 것은 어떻게든 샐 수밖에 없는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비밀주의 때문에 오히려 투기가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신도시 등 신규 택지개발 시 국민에게 정보를 미리 개방하면 오히려 투기가 생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지보상 등은 일례로 지정 2년 전을 기준으로 보상 수준을 차등화하는 등 방식을 바꿔야 투기 수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인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정부가 신도시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후보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사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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