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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모두 꺼리던 확진자 수술, 그때 박 과장이 수술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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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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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2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성남시의료원으로 60대 환자 A씨가 긴급 이송됐다. 그는 당뇨로 인한 말기 신부전을 앓는 중증 환자였다. 당장 혈액 투석과 혈흉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A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자 선뜻 나서는 병원이 없었다.

흉강에서 출혈이 계속되는 등 위급한 상황이 되자 성남시의료원 흉부외과 박준석(45) 과장은 A씨를 직접 수술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성남시의료원은 정식 개원 전이라 감염을 막기 위한 음압실이 없었다. 병원 측은 만일을 대비해 8개 수술실을 모두 비웠다. 박 과장을 비롯한 최소 의료진만 전신 방호복을 입고 수술에 투입됐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A씨도 현재까지 건강한 상태다. 박 과장은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위중한 환자를 외면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치료받으러 성남시의료원 찾아



박 과장은 경기지역 공공의료원의 유일한 흉부외과 의사다. 폐암과 식도암, 기흉, 흉부질환 등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초 지난 7년간 일하던 대학병원(분당차병원) 조교수 자리를 박차고 성남시의료원으로 이직했다. 그가 이직 의사를 밝혔을 당시 주변에서 "성공이 보장된 자리를 왜 떠나려 하느냐"고 만류했다고 한다. 그는 분당차병원에서도 연간 400건의 수술 중 220여건의 전신마취 수술을 했을 정도다.

박 과장은 이직 이유를 '환자'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치병 환자는 장기간 진료하면서 추적·관찰해야 하는데 비싼 진료비로 부담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며 "성남시의료원이 공공병원이긴 하지만 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말도 들었고 비용도 대형병원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환자의 수술부터 재활까지 장기간 치료·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직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을 따라 성남시의료원으로 병원을 옮긴 환자들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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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료원 박준석 흉부외과 과장. 성남시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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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도 박 과장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40대 한국인 과학자 B씨는 2018년부터 폐결핵을 앓아왔다. 객혈까지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하자 그는 국내행을 결심했다. 박 교수의 논문을 인상 깊게 본 B씨는 박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치료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박 교수는 당시 장문의 답장을 보내는 등 응대했고, B씨는 지난해 8월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 행을 결심했다.

문제는 코로나19였다. 입국자는 의무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한 뒤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엔 B씨의 상태가 심각했다.

성남시의료원은 B씨가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자가격리를 병원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박 교수는 자가격리 기간에도 B씨의 상태를 살폈고 격리가 끝나자 곧 수술에 돌입했다. B씨는 무사히 건강을 회복한 뒤 싱가포르로 돌아갔다.



"환자 옆에 오래 있는 의사 되겠다"



박 과장은 지난해 8월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총파업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묵묵히 병원을 지켰다. "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의 사명"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환자를 우선으로 하는 박 과장의 지론은 진료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환자 한 명당 진료 시간은 평균 30분 이상이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것은 물론 근황을 챙기고 개인적인 질문까지 성실하게 설명해 준다. 그래서 가끔은 "진료 시간이 너무 길다"는 항의도 종종 받는다. 그러면 주변에 있던 환자들이 나서서 "원래 진료시간이 긴 선생님"이라고 두둔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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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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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료원은 지난 1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폐 등을 관장하는 흉부외과의 역할이 더 커진 셈이다. 박 교수는 "의료원 전 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환자 옆에 오래 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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