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경기 회복궤도 올라탄 美·中…주식·주택시장 거품 경고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글로벌 경기진단 ◆

지난 5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패러머스에 있는 버겐타운센터몰.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은 쇼핑몰 중심을 차지했던 센추리21 백화점이 지난해 말 폐업했을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타격을 입었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팬데믹 이전 수준 못지않게 사람들이 다시 쇼핑에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8%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극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6% 이상 성장할 것을 자신했다. 7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1~2월 중국 수출액은 4688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6% 늘었다. 20년 만에 최고치다.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올해 6~7%대 성장을 예고함에 따라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5.5%로 제시했지만 민간에서는 전망치를 대폭 높이고 있다. 마이클 핸슨 JP모건체이스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뉴욕 주재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약 6.5%에 달해 아마도 50여 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장밋빛 전망 속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거품'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닛케이는 "각국 재정지출과 양적완화로 돈이 실물자산에 흘러들고 있으며 이런 상태는 거품기를 연상시키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율인 버핏지수는 미국이 168%에 달해 1999년·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당시 143%를 넘어섰다. 또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242.2로 주택시장 과열이 있었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의 206.7을 넘어섰다.

거품의 경고등에 황색불이 들어왔지만 미국은 가속페달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진단이다. 미국 상원은 1조9000억달러대 지출을 동반하는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나라별 빚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초고속 경제 회복이 역설적으로 경기 회복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유동성 공급 축소(테이퍼링)가 일찍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뉴욕 = 박용범 특파원]

美 극장 열고 EU '백신여권' 추진…글로벌 서비스업 회복 움직임


세계경제 'V자 반등' 변수는

스키장 등 레저 소비 기지개
美 서비스업 회복 불붙어

EU, 남유럽 관광업 살리려
접종증명제로 해외여행 유도
코로나 재확산 여부가 관건

美 회복 빨라 긴축발작 가능성
바이든 주도 G2 공방도 걸림돌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은 미국 뉴욕시가 1년 만에 다시 극장 영업을 허용한 날이었다. 영화광들은 흥분했다.

맨해튼 68번가, 브로드웨이에 있는 AMC 링컨스퀘어에는 역사적인 영화 관람 재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렸다. 허용된 인원은 수용 인력의 최대 25%. 전후좌우를 모두 비워 좌석을 배치했다. 영화광들은 '더 막스맨'을 비롯해 개봉작을 즐기기에 분주했다.

미국 동부 스키 리조트들은 최근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행·레저 심리가 살아나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스키장으로 사람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저지주 버넌타운십에 있는 마운틴크리크 스키장에서는 279.99달러짜리 봄 시즌 패스가 일찌감치 매진됐다.

미국 곳곳에서 경기 회복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서비스산업도 고용 회복이 시작됐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7만9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보다 80% 높은 수준이었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저효과 영향이 크지만 지난해 -3.5%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정상 궤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셈이다. 빨라진 백신 접종 속도는 이런 회복 흐름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매일경제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남유럽 국가들이 바빠졌다. 키프로스와 그리스 등은 유럽연합(EU)에 비해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영국 관광객을 상대로 문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백신을 두 차례 모두 접종받은 영국인은 오는 5월 1일부터 키프로스 여행을 가면 도착 후 자가격리와 검사가 면제된다. 2019년 키프로스를 방문한 영국인은 100만명 이상으로, 키프로스에는 최대 고객이다.

영국에서는 봉쇄 해제 기대감이 커지면서 휴양지 요금이 오르고 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오는 4월 12일부터 숙소에 머무는 여행(스테이케이션)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바닷가 주변 숙소 요금이 작년 여름보다 평균 35%나 뛰었다.

백신이 팬데믹 해소뿐만 아니라 관광업 부활의 핵심이 된 셈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5일 "여름철에 맞춰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제(백신 여권)가 도입될 수 있도록 즉각 기술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U 집행위는 오는 17일 '디지털 그린 패스(백신 여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 관광 의존도가 높은 남유럽 국가는 여름 해외여행의 길을 열기 위해 백신 여권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투자은행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50년 만에 최고치인 7%에 달하며 'V자 반등'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5%였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을 6.8%로 상향 조정했다.

시동이 걸린 V자 반등의 지속 여부는 △백신 접종 진도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부양책 축소 시 소프트랜딩 여부 △미·중 간 갈등 증폭 여부 등 3대 변수에 달려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6일 기준 미국 백신 접종률은 17%(1회 접종 포함)를 넘어섰다. 영국, 이스라엘 등이 앞서고 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여전히 낮다.

영국과 비교하면 EU의 백신 접종률은 초라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EU 회원국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률(1회 접종 포함)이 10%를 넘는 곳은 없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단행한 영국은 이 비율이 31.5%에 이른다.

재확산도 위험 요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인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는 경기 회복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역사상 최대 규모로 푼 돈을 다시 조이는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이 예상보다 더 일찍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10년물 국채금리가 0.22%포인트 급등해 증시에 충격을 준 것은 이런 우려의 전조다.

글로벌 패권 경쟁 역시 경기 회복의 덜미를 잡을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 관계에서 전임 정부보다 강력한 강공책을 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이런 요인이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