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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말고 총리 나와라" 화이자, 백신 협상서 일본에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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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책임자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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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과 관련, 화이자와의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는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장관 대신 총리가 나오라’며 고압적 자세로 재협상해 가격을 올렸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 정부 관계자가 화이자와의 교섭에서 어려움을 겪자 백신 담당 장관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장관은 “내가 직접 화이자와 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화이자 측은 즉각 “교섭은 장관이 아니라 총리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각료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백신 1병으로 6번 접종할 수 있는 주사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같은 물량으로 약 1,200만명분을 접종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대두하면서 일본 정부는 악조건으로 내몰렸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화이자와의 계약 내용이었다. 고노 장관은 계약서에 백신 물량 공급에 대해 확정적이지 않고 “최대한 노력한다”고 쓰인 것을 보고 ‘이대로는 백신은 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1월 말에 유럽연합(EU)이 자국 내 제조된 백신의 역외 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총리 관저는 주미 대사를 통해 화이자 본사 측에 물량 확보를 요청했으나 “EU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수출 관리에 전시처럼 나서면서 계약서는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7월 개최를 목표로 하는 도쿄올림픽과 10월 중의원 임기 만료에 따른 총선 등으로 백신 확보가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고노 담당상은 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6월 말까지 고령자 약 3,600만명분의 배송을 완료한다”고 단언했다. 통신은 협상이 타결된 것과 관련, 모더나 등 경쟁 백신이 출하되면서 선발주자의 이점이 사라지자 화이자 측이 협상 태도를 바꾼 배경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당 관계자는 3,600만 명분 확보에 관해 “약점을 잡혀서 비싼 값에 사게 됐다”고 평했다.

한편 지난달 1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개시한 일본은 좀처럼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달 5일 오후 5시까지 의료 종사자 4만6,000여 명을 접종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일본보다 9일 늦은 지난달 26일 접종을 시작했으나 5일 0시 기준 일본의 약 5배인 22만5,853명이 접종했다. 7일 0시 기준 접종자는 31만4,656명이다.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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