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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당신의 심뇌혈관은 안녕하신가요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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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혈관의 노화가 나의 노화이다(A man is as old as his arteries).” 혈관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 17세기 영국 의사 토머스 시드넘이 한 유명한 말이다. 혈관은 우리 몸의 수도관이고, 심장은 혈관을 통해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다. 그런데 40대 이후에는 탄성이 높은 엘라스틴 섬유층은 얇아지고, 콜라겐층이 두꺼워지면서 혈관이 뻣뻣해진다. 결과적으로 심장에 더 많은 부하가 걸리게 되고, 동맥이 막히거나 찢어지기 쉬워진다.

심장과 혈관, 특히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혈액공급 부족에 의해 즉각 세포가 괴사하면서 우리 몸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돌연사를 일으킨다. 이 두 곳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을 통틀어 ‘심뇌혈관질환’이라고 한다. 심근경색, 심장정지, 뇌졸중이 대표적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20명 가운데 3명은 심장 문제, 2명은 뇌혈관 문제로 사망했다. 심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사망하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암에 이어 2위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1위다.

한의학에서는 혈관 노화를 측정하기 위해 주로 ‘맥진(脈診)’ 기술을 활용해왔다.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맥상(脈象)’들은 주로 심장의 이상 징후를 나타낸다. 이는 맥박이 빠르면서 한 번씩 건너뛰는 ‘촉맥’, 보통 주기에서 한 번씩 쉬는 ‘결맥’, 느리게 뛰면서 한 번씩 쉬는 ‘대맥’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맥상은 임상학적인 함의가 다르다. 혈관 노화는 동맥의 탄력 소실을 야기해 혈관 분지나 말초혈관 등에서 되돌아오는 반사파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 결과, 심장에서 박출돼 말초로 나아가는 진행파와 혈관 분지나 말초혈관 등에서 되돌아오는 반사파 사이 중첩이 강해져서 맥압이 높아지는 ‘실맥’, 즉 고혈압 상황이 나타난다. 맥박이 손가락을 치는 느낌이 길어진다.

맥파의 특성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요즘엔 ‘요골동맥(앞팔의 바깥쪽을 통하는 동맥)’에서의 특성을 살펴보지만, 2000여년 전에는 ‘삼부구후맥(三部九候脈)법’이라 하여 대퇴동맥, 경동맥, 복사뼈 근처 등 몸 전체의 주요 맥동처를 모두 살펴서 각 부위 맥파의 모양과 크기를 비교하여 진단에 사용했다. 이러한 삼부구후맥 맥진법을 현대의학에 접목시킨 대표적 응용기술로는 ‘발목상완지수(ankle-brachial index)’ ‘맥파전달속도(pulse wave velocity)’ 분석 기술 등이 있다. 발목상완지수에서 발목에서의 혈압이 상완 혈압 대비 너무 크면 ‘하지 동맥 석회화·경화’ 또는 ‘팔동맥 협착’으로 본다. 너무 작으면 ‘하지 동맥의 협착’이나 ‘폐색’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맥파전달속도는 대동맥에서의 맥파 진행 속도를 기준으로 임상에 활용하는 지표인데, 경동맥과 대퇴동맥 사이 맥파 속도 기준으로 초당 12m 이상이면 동맥경화로 인한 주요 장기손상 위험을 경고한다.

혈관 노화와 뇌혈관질환의 또 다른 대리 지표로서 경동맥의 두께를 측정하기도 한다. 초음파로 경동맥의 내막과 중막의 합산 두께를 측정할 수 있다. 정상인은 두께가 0.7㎜ 이하인데, 1㎜ 이상이면 급성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혈관 노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증상들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이고, 직접적인 생활습관은 흡연, 스트레스, 과음 등이다. 기공, 에어로빅,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하면서 싱겁게 먹는 한편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음식, 설탕 섭취는 줄여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부정맥, 맥파전달속도, 발목상완지수를 측정해 보고, 미리 건강에 좋은 습관을 길러서 젊은 혈관나이를 유지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누리자.

김재욱 |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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