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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가 긴장하는 건…야생동물의 ‘코로나 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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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통제불능 동물들 예상 못한 바이러스 가능성”

박쥐와 인간 사이 ‘중간 숙주’는 아직도 미스터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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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십자가 위에 한 동물의 사진이 붙어 있다. 몸통은 하얀색 털로 덮였고 눈은 앵두처럼 빨갛다. 지난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 자우메 광장에 등장한 사진의 주인공은 ‘밍크’였다. 지난해 말 덴마크에서 사육 중인 밍크가 단기간에 다량 살처분되자 동물보호단체가 마련한 추모식 자리였다.

밍크가 떼죽음을 당한 이유는 코로나19였다. 지난해 11월 초, 덴마크 정부는 일부 농장의 밍크 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종으로 바뀌어 인간에게 전파된 사례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현지 당국은 밍크 1700만마리를 살처분했다. 사실 지금까지 동물이 코로나19에 걸린 일은 꽤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지난달 15일까지 458건의 동물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고양이와 개, 사자, 호랑이, 퓨마, 고릴라 등이 걸렸다. 대부분 사육되거나 인간의 가정에서 자라는 ‘관리 가능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과학계가 걱정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 자유롭게 자연을 돌아다니는 야생동물이다. 동물원이나 인간의 가정에서 사는 동물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격리나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야생동물은 다르다.

지난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야생동물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과학계가 초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의 아린제이 배너지 연구원은 네이처를 통해 “이론적으로 바이러스는 동물들 사이에서 순환하면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형태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경고등은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유타주에서는 사육용 우리가 아닌 야생에서 사는 밍크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네이처는 현재까지 파악된 동물 감염 사례가 인간에 비하면 소수이지만, 감시망에 걸리지 않은 수많은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어느 야생동물을 주목해야 할지는 오리무중이다. 대유행 초기에 과학자들은 박쥐에 시선을 집중했다. 박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진 동물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FWS)은 과학자들에게 손으로 박쥐를 포획하는 방식의 연구를 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과학계에선 박쥐 46종을 분석했지만, 코로나19를 퍼뜨릴 만큼 숙주로서 능력이 뛰어난 야생동물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네이처는 밝혔다.

최근 학계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야생 상태의 ‘중간숙주’ 동물로 옮겨진 뒤 인간에게 건너왔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중간숙주가 무엇인지는 미스터리에 빠져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동물용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체계적인 예방접종은 사육용이거나 반려동물에게 가능한 일이어서 야생동물을 향한 불안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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