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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부유세 부과보다 자산소득 등 면세 혜택 줄여야 세수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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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 충격, 부유세로 해결? 전문가들이 따져보니…

[경향신문]

한국, 선진국보다 ‘고소득자’ 절대 숫자 적어 세수 증대 효과 제한적
1억 이상 소득세율 5% 올려도 세수 ‘3년간 6조8640억’ 증가에 그쳐
부동산·부가가치세 등 최고 - 명목 ‘세율 격차’를 줄이는 게 현실적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해결하기 위해 뿌린 돈은 곧 국가 채무 청구서가 되어 날아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으로 주요국에서 초고소득층을 겨냥한 ‘부유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고소득층의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에서는 부유세 도입보다는 자산소득 등의 면세 혜택을 줄이는 방식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증세안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유세는 특정 시점의 소득이 아닌 순자산을 기준으로 최고 세구간을 신설해 초고소득층에게 과세하는 방식을 말한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 1일(현지시간) 순자산이 5000만달러 이상인 부유층에 연간 2%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발의한 ‘극부유층 과세법안’이 대표적이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아직 부유세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았다. 연소득을 기준으로 고소득층에게 한시적으로 세율을 높이는 ‘부자증세’ 법안이 발의된 정도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특별재난연대세 법안이 그 예다.

하지만 자산 기준의 부유세든, 고소득자 상대로 세율을 높이는 부자증세든 국내에서 세입증대 효과는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가채무를 해결할 만큼 세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한번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거나 과세 기반을 넓게 설정해야 한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국세청 통합소득(종합소득+연말정산 근로소득) 자료를 보면 소득상위 0.1%는 2만379명, 1%는 20만3795명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특별재난연대세 비용추계서’를 보면 장 의원의 법안에 따라 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상에 대해 소득세율을 5% 인상할 경우 세수 효과는 3년간 6조8640억원 증가에 그친다.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발행하기로 한 국채 규모가 9조9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만으로는 늘어나는 국가채무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는 “세율을 배로 올리는 게 아닌 이상 세입증대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이미 소득세 최고세율을 45%로 인상했기 때문에 다시 일부 소득 구간에 세율을 올린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 등은 극심한 양극화로 상위 0.1%로 부의 편중이 크기 때문에 부유세로 인한 세수효과가 있지만 그 외 나라에선 부유세 도입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유세나 부자증세 안보다 면세 혜택을 줄여 최고세율(45%)과 명목세율의 격차를 줄이는 방식이 현실적인 증세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통합소득 상위 0.1%와 상위 1%의 실효세율은 각각 33.6%, 27.9%에 그쳤다. 최고세율과 명목세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각종 면세 혜택이 줄어야 한다.

특히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자산소득의 면세 혜택을 줄여 세금을 많이 걷는 것도 간접적인 부유층 겨냥 증세가 될 수 있다.

소득세와 함께 세수의 또 다른 큰 축인 부가가치세(VAT)의 경우 징수총액과 실제 징수금액 간 차이인 ‘VAT 갭’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은 “물가 상승으로 명목 임금이 오르면서 면세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소득 하위 계층으로 갈수록 면세자 감소가 세수 증대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VAT 갭을 줄이는 것이 세입을 늘리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는 토지와 주택만을 과세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선 부유세 형태를 띤다. 정 교수는 “올 6월 세율 인상 등이 강화된 종부세가 시행되면 이후 시장 효과를 지켜본 뒤 추가적인 세율 인상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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