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단독]시흥 1개 동 등기부등본 열자, LH직원 이름 쏟아졌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과림동 3년간 땅거래 분석해보니

93억원대 11개 필지 1만7500여㎡

소유주와 LH 직원 명단 10명 일치

LH “동명이인 여부 확인 못해줘”

중앙일보

3기 신도시로 추가 확정된 광명?시흥 지구에 LH 공사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모습.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의 토지를 신도시 지정 전에 매입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제기한 의혹과 별개로 3기 신도시 지정 전 시흥시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LH 직원 10명이 더 나온 것이다. 이번 조사는 신도시 지정 지역 중 한 개 동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LH 직원의 땅 매입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7일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등을 통해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토지 실거래 내역을 분석했다. '협의 양도인 택지'(단독주택 용지),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것) 등을 받을 수 있는 ▶농지(전답) ▶1000㎡ 이상인 조건을 충족하고, 투기 의혹을 받는 앞선 사례처럼 ▶공유자가 2인 이상인 필지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다. 앞서 참여연대 등이 발표한 사례는 제외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과림동 토지 거래는 17건인데, 이 중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소유주(LH 직원 명단과 일치하는 이름) 10명이 참여한 거래는 7건(동일인이 3개 필지를 동시에 매입한 경우 1건으로 분류)이었다. 이 가운데는 현재 LH 수도권 본부에서 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도 2명 포함됐다. 이들이 소유한 토지는 필지 기준으로 11개, 1만7500여㎡이며, 매입 대금은 93억원가량이다. 2018년 2건, 지난해 5~7월 사이 거래가 5건으로 나타났다.

특정 조건에 맞는 일부 토지 거래만 조사한 것인데도, 절반에 가까운(41%) 거래에 LH 직원이 연루된 흔적이 보였다. 참여연대·민변은 지난 2일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체를 조사하면 LH 직원들의 토지 매입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는데,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보니 실제로 LH 직원 이름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동명이인 가능성을 확인해달라는 본지 요청에 LH는 "해당 직원의 개인정보라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정부 조사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LH직원 시흥 과림동 토지 추가매입 정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드러난 정황을 보면 앞서 밝혀진 사례와 유사한 점이 많다. 지인, 가족, 직장 동료 등 여러 명의 공유자로 등재돼 있고, 매입 대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하는 식이다.

지난해 7월 거래된 과림동 논(답) 2285㎡의 경우 공유자 5명이 지분 457㎡를 똑같이 나눠 가졌다. 이 중 3명의 이름이 LH 직원 명단과 일치했다. 12억 2000만원에 토지를 매입하면서 9억원 가량(채권최고액 10억 8000만원)을 대출로 충당했다.

진입로가 없어 토지활용도가 떨어지는 '맹지'도 일부 포함돼 있으며, 거래 직후 지번을 분할한 곳도 있었다. 지번 분할을 하는 건 지분 공유자가 최대한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다. 신도시 개발 지역에 1000㎡ 이상의 땅을 갖고 있으면 단독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협의 양도인 택지'를 받을 수 있다. 주거지역 60㎡, 상업·공업지역 150㎡, 녹지지역 200㎡, 기타 60㎡ 이상의 토지를 갖고 있으면 같은 개발 지역 내의 다른 토지로 보상받을 수 있는 '대토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중앙일보

LH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밭에 가보니, 묘목을 가져다 둔 흔적이 있었다. 시흥=김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거래된 논 1583㎡의 경우 거래 직후 3개 지번으로 분할됐다. 이렇게 나뉜 3개 필지 가운데 2곳을 김모씨 등 LH 직원 2명이 각각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LH 직원 장모씨 등 7명이 과림동 3개 필지를 매입한 뒤 4개로 지번 분할한 사례가 참여연대·민변의 의혹 제기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다만 앞선 의혹에선 대부분 60년대생 간부급 직원이 토지 매입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0~40대 젊은 직원의 이름도 등장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지난 5일부터 LH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단은 국토부(4000여명)와 LH 직원(1만여명)뿐 아니라 3기 신도시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와 지방 주택 도시공사 직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조사대상자만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토지소유자 현황은 택지지구 내를 원칙으로 파악하되, 토지거래는 주변 지역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주 내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중앙일보

최근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서 거래된 토지를 둘러보니 울타리 출입문이 굳게 닫힌채 방치된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시흥=김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민변은 7일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전 국민적인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전국에 걸쳐 수십건의 제보가 들어왔다"며 "관련자가 많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흥=김원·권혜림·여성국 기자 kim.w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