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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실손보험료 폭탄, 이번이 끝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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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우보세]

“나중에 아플 때를 대비해서 병원 한번 안 가고도 매월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왔는데, 갑자기 2~3배씩 올린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보험회사들이 2009년 이전에 판매한 이른바 ‘구 실손보험’에 대해 올해 최소 15%에서 많게는 19%대의 보험료 인상을 예고하면서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구 실손보험의 갱신주기는 통상 3·5년이라 3년, 5년치 인상분이 한 번에 오르기 때문에 실제 고객들이 체감하는 폭은 더 크다. 나이나 건강상태 등에 따라 월 보험료가 3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많게는 3배 이상 올랐다는 사람들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특히 보험금을 자주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도 빈번하게 보험금을 타 간 가입자들과 동일하게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점이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1년에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소액만 청구한 가입자는 전체의 80~90%로 추산된다. 사실상 대부분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도 않고 보험료 인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실손보험의 적자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보험료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경우,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지난 2003년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해 현재 가입자는 단체보험을 포함해 3800만명에 달한다.

2009년 이전에 판매된 상품, 즉 구 실손보험은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소액이다. 가입자 입장에서 좋은 상품이지만, 일부 병원이 이를 악용해 ‘의료쇼핑’을 부추기며 문제가 생겼다. 실손보험만 있으면 돈을 거의 내지 않고도 비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고가의 시술이 성행했고,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나빠져 팔수록 손해를 보는 ‘계륵’ 같은 상품으로 전락한 것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3분기 손해보험사 기준 130.3%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0.3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실손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2017년에는 정부도 나섰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를 시행하면서 비급여 진료를 급여화하기 시작한 것. 2017년부터 내년까지 5년간 3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된다. 이렇게 하면 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의 적자가 해소되고 보험사가 반사이익을 보는 만큼 보험료가 인하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일부 병원이 수익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비급여를 늘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보험사가 얻은 실손보험금 지급 감소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09년 이후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실손보험 상품구조를 바꾸고 자기부담금을 높였다. 과도한 의료쇼핑을 막고 대신 보험료는 낮춰줘 가입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손해율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나빠졌다. 가장 큰 이유는 보험금 지급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보험사는 의료기관의 과잉진료가 의심돼도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지급을 거절할 근거가 부족해 보험금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실손보험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진료가 표준화되지 않아 같은 진료라도 가격과 의료량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수년째 비급여 명칭, 코드, 양식 등의 표준화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의료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아무리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상품 구조를 뜯어고쳐도 새는 보험금을 막기 어려운 이유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4명 중 1명꼴에 해당하는 870만명(건)은 여전히 구 실손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은 다음 갱신 주기에도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같은 손해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20~30년 후에는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가 7~17배 가량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 상태다. 국민 의료비의 낭비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실손보험금 지급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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