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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잘 드는 칼' 안 쓰는 LH 투기 수사…檢은 왜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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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 수사를 담당한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검찰 개혁 분위기 때문에 수사에서 배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담당할 성격의 수사여서 애초부터 검찰은 수사 담당자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정부 조사로 진상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터라 경찰의 명운을 건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LH 투기 수사' 전담한 국수본…'엄정 처단' 의지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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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뉴스1) 이승배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번 투기의혹 조사대상이 수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조사대상을 더 확대하는 부분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합동조사단은 조사를 통해 위법사항이 확정될 경우 엄정조치할 방침이다. 사진은 5일 오후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2021.3.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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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국수본은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특수단)을 편성하고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 신도시의 LH 직원 사전 투기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특수단은 국수본 수사국장을 수사단장으로 한다. 국수본 수사국 반부패수사과,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정보과가 참여한다.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청·경기북부청·인천청 등 3개 시·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도 특수단에 포함된다.

정부는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운영 중이다. 정부는 조사 후 수사의뢰를 할 수 있는데, 경찰은 의뢰가 들어오면 엄정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처음부터 배제"…'잘 드는 칼' 안쓰는 투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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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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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공직자, 반부패 수사를 주로 담당해온 검찰은 이번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라는 법무부의 지시가 가장 주요하게 작용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7일 언론 인터뷰에서 "땅과 돈의 흐름을 쫓아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검찰이 유사한 불법·투기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다. 앞서 1990년대 1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에 나서 공무원 131명을 금품 수수, 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했다. 2005년 2기 신도시 수사에서도 전문 투기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혐의를 받는 공무원 27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3기 신도시 투기 사건은 오랜 특수부 경험을 지닌 검찰이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형적인 사건"이라며 "향후 개혁 방향을 생각하면 경찰도 관련 역량을 길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기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논의도 못 된 것 같아서 아쉽다"고 밝혔다. 한 검찰 간부도 "이번 사건은 검찰 직접 수사 가능성이 수사 개시 단계에서부터 배제됐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검찰 수사 아냐…경찰 국수본, 명운 걸어야"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된 검경수사권 조정 내용상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검찰 직접 수사 범위는 올해 초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4급 이상 공직자 △3000만원 이상 뇌물 사건 △5억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 범죄 △5000만원 이상 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법 등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시도 이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부동산 투기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지만 수사하라는 얘기는 없었다. △각 검찰청별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검사 지정 △경찰의 영장신청시 신속 검토 △송치 사건 엄정 처리 △공소유지 만전 등을 지시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LH 투기 의혹 관계자들은 국수본 수사 대상이 맞다"며 "부패범죄 수사일지라도 검찰이 4급 이상 공직자만 수사할 수 있어, 올해부터 적용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다만 LH만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공무원들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진상규명을 위해 자체 조사로 시작할 게 아니라 대규모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행정조사로는 투기 의심자와 그의 등기부등본을 대조하는 것 정도밖에 못할텐데, 해당 지역에 자기 땅으로 등록된 땅이 없으면 향후 수사 의뢰 단계에서도 수사 대상에서 빠져 자체 스크리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축구에서도 사람을 따라 다닐 게 아니라 일정 지역을 방어해야 하듯 이 수사는 땅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야 범죄 규명이 가능하다"며 "'자금의 흐름'을 쫓아야 하는데, 돈 유통과 범죄자들의 실질적인 의사 소통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강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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