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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삼성전자 구글 고위임원 농업 스타트업 CTO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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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인종 보워리 파밍 최고기술경영자(CTO)가 2018년 2월 삼성전자에서 구글로 옮긴 직후에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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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개발실장과 부사장을 역임하고 구글에서 부사장을 지낸 최고의 IT 전문가가 최근 미국의 농업 스타트업의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삼성녹스와 삼성페이, 빅스비 개발을 주도하는 등 갤럭시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2018년에 구글의 사물인터넷(IoT) 총괄 부사장에 영입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던 그는 지난 1월부터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마트농업 기업인 보워리 파밍(Bowery Farming)을 위해 일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인종 전 삼성전자 부사장(56)이다.

줌(Zoom)을 통해 영상으로 만난 이인종 보워리 파밍 CTO는 "구글에서 IoT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면서 '스마트 농업' 기업들을 고객으로 많이 만나게 됐다"며 "농업이 IoT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보틱스 같은 최첨단 기술과 만나 매력적인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모든 예술적 요소를 결합한 종합 예술로 평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마트 농업 또한 정보화 기술의 융합체로 볼 수 있다"며 "삼성과 구글처럼 세계적인 기술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에 보워리 파밍에 합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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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워리 파밍이 보유한 미국 뉴저지주 수직농장 내부 모습이다.<사진제공=보워리 파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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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설립된 보워리 파밍은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라고 불리는 인도어팜을 운영하는 스마트 농업 회사다. 테마섹(싱가포르국부펀드)과 구글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이 2000억여 원에 달할 정도로 미국의 스마트 농업 분야를 이끌고 있는 선두 회사다. 대도시로부터 20km 내에 위치한 스마트 농장에서 13개 품종의 잎채소를 재배해 월마트 홀푸드마켓 같은 대형 식료품 체인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600%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 CTO는 "미국은 워낙 땅이 넓다보니 대도시 주민들이 사먹는 농산물이 30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에 비해 보워리는 대도시에 근접한 대형 스마트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기 때문에 신선도와 맛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류 거리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납품되고 있는 판매점이 700여 개에 달하고 있으며 조만간 1000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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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워리 파밍이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운영중인 수직농장 내부 모습이다.<사진제공=보워리 파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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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에어로팜스(AeroFarms)나 플렌티(Plenty), 앱하비스트(AppHarvest) 등 다양한 스마트 농업 스타트업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보워리 파밍이 기술적인 측면과 성장성 면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미 축구장 크기만한 스마트 농장이 미국 동부 뉴저지, 메릴랜드, 펜실베니아주에 각각 1곳씩 있고, 그 규모의 절반 크기만 한 실험 스마트 농장이 2곳이 있어 총 5개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보워리는 특히 IT기술 활용 능력 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CTO는 "스마트 농장의 잎채소 재배 기간은 대략 30~45일로 짧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AI와 IoT 기술을 활용해 수요에 맞게 재배량을 조절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씨앗을 심을 때부터 수확해 포장한 뒤 출하할 때까지 과정에서 자동화율이 매우 높아 인건비 부담이 적고 생산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CTO를 보워리 파밍으로 이끈 것은 이런 기술적인 우수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그리고 인구 급증에 따른 식량 부족 가능성 등 인류가 먹거리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 경험한 첨단기술을 활용해 농업을 혁신함으로써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불필요한 토지 사용을 줄임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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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워리 파밍이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직농장 외관 모습이다.<사진제공=보워리 파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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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스마트 농업은 LED 등과 같은 필수 설비의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았는데, 최근 들어 LED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채산성이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게 통설이다. 스마트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훨씬 더 높이는 쪽으로 주력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 CTO는 "AI는 작물의 성장 상태를 컴퓨터 비전(컴퓨터가 인간의 눈처럼 시각적인 정보를 인식하는 기능)과 센서 기술을 통해 모니터하고, 빛 온도 습도 물 바람 영양 등 작물 재배에 필요한 요소들을 정확하게 조율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식량을 자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통일 이후 미래 한반도 식량 자급에 있어서 한국의 스마트 농업이 기존 농업의 발전과 더불어 농업분야 혁신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한국 농업을 스마트하게 바꾸는 쪽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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