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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직 14살인데 부모님이 결혼하래요"…코로나로 빈곤국 아동결혼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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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앞으로 10년간 1000만명 더 아동결혼 내몰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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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가 코로나19로 학교를 봉쇄하는 동안 많은 소녀들이 조기 결혼에 내몰렸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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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14세 소녀 아베바는 최근 부모에게 결혼을 강요받았다. 아베바는 “우리보다 재정이 넉넉한 가정에서 혼담이 들어와 우리 가족은 그런 제안을 거절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BBC에 말했다. 아베바는 공부를 더 해서 의사가 되고 싶지만, 부모님은 들어주지 않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나이지리아의 16세 중학생 라비도 부모님에게 결혼을 강요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친구 4명이 이미 결혼으로 학교를 떠나갔다. 라비는 “이번 주에 이웃에 사는 친구 두 명이 또 결혼한다”면서 “내 차례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세계 여성의날’인 8일(현지시간) 전 세계 미성년 여성 수백만 명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결혼을 강요당할 위험에 처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앞으로 10년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000만명 넘는 소녀들이 더 조기 결혼할 위험에 처했다. 유니세프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도 앞으로 10년간 어린이 1억명이 강제로 결혼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대유행 이후 강제로 결혼하는 어린이 수는 10% 늘어난 1억1000만명으로 늘어나리라고 봤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폐쇄되면 아동 결혼의 위험은 25% 늘어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도 아동 결혼을 부추긴다. 아동 결혼이 흔한 국가들에서 가구 수입이 줄어들면 아동 결혼은 3% 늘어난다. 가족과 아동을 위한 지원 서비스마저 중단하면서 소녀들이 조혼에 내몰리고 있다.

아동 결혼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빈곤 때문이다. 라비가 결혼하기 싫다고 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학교에 다니는 건 시간낭비”라면서 화를 냈다. 라비의 어머니는 BBC 인터뷰에서 “나는 딸의 학비를 낼 여유가 없다”면서 “결혼은 소녀가 정착할 기회이기도 하고, 부양할 가족 수를 더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각국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2011년 이후 10년간 성인이 되기 전에 결혼한 소녀의 비율은 15% 줄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빈곤이 늘어나면서 다시 아동 결혼이 늘어날 조짐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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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한 학교에 “소녀들은 공부해야 하니, 결혼으로 쫓아내지 마세요”라고 적힌 팻말이 꽂혀 있다. 유니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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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적절한 사회적 개입으로 아동 결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도 정부는 빈곤가정 지원 정책으로 아동 결혼을 줄여나갔다. 난칼리 막수드 유니세프 수석고문은 “지난 30년간 인도는 미성년 딸을 결혼시키지 않은 가정에 재정적 보상을 지원했다”면서 “그래야 소녀들이 학교를 마치고, 인생에서 선택권을 갖고, 기술을 쌓고, 빈곤의 고리를 멈출 가능성이 커지기에 이런 정책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곤국이 아동 결혼 방지 사회 정책을 편다면 아동 결혼은 33%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유니세프는 내다봤다.

에티오피아의 14세 소녀 메크데스는 최근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강제 결혼을 피했다. 메크데스는 “부모님에게 결혼하고 싶지 않고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학교가 다시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학교장에게 말했다”고 했다. 학교장은 지역 당국에 이를 알렸고, 부모에게 메크데스가 18세가 될 때까지 결혼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BBC는 “상담서비스가 지역사회에 많은 도움을 준다”면서 “부모가 강제 결혼을 고집할 경우 경찰이 기소하는 시스템도 있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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