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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디즈니 첫 동남아공주 '라야' 정체성 논란..."11개국 7억 문화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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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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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동남아시아계 주인공을 내세운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BBC는 지난 7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대해 “11개국으로 이뤄진 동남아시아는 6억 73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수십 개가 넘는 문화가 존재한다"며 "이 때문에 온라인에선 정확히 동남아시아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디즈니 주인공이 이를 제대로 구현한 것인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역 내 서로 다른 문화에서 특정 부분을 골라 하나로 합쳐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공개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제작됐다. 주인공 라야가 디즈니의 13번째 공주이자 첫 동남아시아계 공주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90년에 달하는 디즈니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극 중 라야는 5개 부족이 쪼개진 쿠만드라에서 살고 있는데, 각 지역은 저마다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다. 돈 홀 감독은 제작팀은 “여러 동남아시아 지역을 직접 답사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동남아 특유의 문화가 혼재돼 있다. 주인공 라야가 쓴 모자는 필리핀 전통모자 ‘살라콧’을 연상시키며, 라야의 이동 수단인 ‘툭툭’은 필리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륜 차량을 떠올리게 한다. 라야의 전투 스타일은 인도네시아 등의 전통 무예 ‘실랏’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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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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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여러 집단의 이질적 문화를 이것저것 뽑아내 한 작품에 모두 담아내는 건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한 인도네시아 누리꾼은 BBC에 “동남아 전체를 대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정 문화 하나에 집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림 말레이시아 오픈유니버시티 부교수는 BBC에 “동남아시아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이 지역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며 “일례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과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의 문화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남아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는 걸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 영화에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투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야의 정체성 논란에 대해 제작사 측은 “작품이 단지 동남아 지역에서 영감을 받았을 뿐”이며 “한 문화나 국가에 초점을 맞출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공동 각본가 퀴 응우옌은 “아서왕 전설이 유럽 각지의 설화에서 비롯된 것과 동일하다고 본다. 그 설화에서는 영국적인 요소와 프랑스적인 요소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히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되 그 DNA는 실존하는 지역에서 비롯된 거다. 저희는 악당들이 태국에서 왔고 선한 사람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구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사로 거듭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위대한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를 그린다. 지난 4일 개봉했다.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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