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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초점] 주주 달래기 나선 금융지주들…"하반기 배당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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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여력 확충한 신한금융·배당가능이익 늘린 우리금융

아이뉴스24

시중은행 자동입출금기 앞에서 한 시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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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당국의 권고로 배당 성향을 전년 대비 줄인 금융지주들이 올 하반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 성향이 줄어들자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자본을 늘려 미래 수익 기반을 확보하거나 아예 이익잉여금 확충을 주주총회 의결사항으로 부의한 곳도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배당 규모를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바탕으로 2020년 배당 성향을 19.8%~22.7%로 확정지었다. 전년 4대 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25~27%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 은행지주회사·은행의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충분한 손실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배당제한 권고는 금융감독원이 설계한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통과하지 못한 금융지주나 은행에게 적용된다. 대다수의 지주와 은행은 장기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U자형 시나리오는 통과했지만, 장기 침체가 계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는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상 최대 실적에도…당국 권고에 배당성향↓

권고안이 발표되자 업계와 학계 전문가는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배당은 회사의 고유한 경영사안으로, 여기에 당국이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관치(官治) 금융의 재현'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바탕으로 장기침체 시나리오인 L자형을 통과한 회사는 20%를 넘어도 좋다고 했는데, 이거보다 명확한 지침이 어디 있겠나"라며 "의결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는 건 관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금융지주들은 전반적으로 당국의 권고를 수용하는 모습이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실적을 발표하며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을 2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금융지주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순익을 냈다.

우리금융지주도 당국의 권고를 받아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2020년 배당성향을 19.8%로 결정했다. 2019년 우리금융의 배당성향은 27%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신한금융지주는 3개 지주보다 높은 22.7%로 정했다. 금융권에선 신한금융지주가 유일하게 스트레스 테스트 중 L자형 시나리오를 통과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경우엔 배당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 뿔난 주주 마음 잡아라…"하반기엔 꼭"

금융지주들은 배당 성향을 줄이는 대신 하반기 중간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당근'을 꺼내든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5일 배당 성향을 결정하면서 자본준비금 중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시키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같이 결의했다. 추후 있을 중간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비해 이익잉여금을 늘린 것으로,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표한 셈이 됐다.

신한금융지주는 무보증·무담보 신종자본증권 7천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운영 자금으로 2천500억원, 채무상환 용도로 4천5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자본 여력을 확충한 것도 주주환원정책의 의지로 평가할 수 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엽 역량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장기적으로 주가 부양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력을 늘린다는 건 상황이 나아지면 중간 배당 등 주주를 위해 나서겠다는 의미가 된다"라며 "이렇게 애를 쓰는 모습이 주주들 입장에선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의 권고와 주주 가치 사이에서 절충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중간 배당 등을 포함해 주주가치를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승 하나금융 재무총괄(CFO) 전무는 지난 달 컨퍼런스콜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성과 개선을 통해 중간 배당, 기말 배당을 포함해 주주환원정책 등 주주가치가 지속적으로 증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환주 KB금융 CFO 부사장도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데 항상 앞장서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2020년 배당 성향을 29.5%로 결정했다. 금융권 평균치보다 높은 수치다. 기업은행의 경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은 배당 성향을 20%로 정했다.

금융권에선 정책금융기관이라고 배당 제한 권고에서 빠지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손실을 메운다고 해도 결국 세금이 쓰이는 만큼, 다른 금융지주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국책은행이라고 제외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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