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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토지수용은 바보짓" 공공 재개발 비웃은 변창흠...국토부 내부 리더십도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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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마음, 속마음 다른 변창흠 장관… 공공주택 정책 ‘제동’
2·4공급대책, 토지 확보가 관건인데…
토지주는 "정부 못믿겠다. 민간개발 해달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 시흥지구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토지수용은 바보짓"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2·4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토지 소유주에 대한 ‘더 높은 이익보장’을 약속해왔다. 하지만 변 장관은 공공 택지 후보지 땅을 구입해서 수용을 당하는 것은 바보짓이리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토지 주에 높은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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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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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시흥시 과림동 신도시 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발족설명회를 갖고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등으로 이곳 신도시 개발계획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라며 "공공주택지구 지정 예정을 철회하고, 민간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변창흠, 이중잣대 논란… ’이익보장 하겠다→ 토지 수용, 바보짓’

시장에서 변창흠 장관을 불신하게 만든 발언은 지난 5일 MBC 보도를 통해 전달됐다. 변 장관은 지난 4일 LH 직원들의 광명 시흥지구 땅투기 논란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후 기자와 만나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짓이다.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 이익 볼 것도 없다"는 말을 했다. 전체적으로는 의혹이 제기된 LH직원들에게 투기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었지만, 그간 공공택지로 땅이 수용되는 토지 소유자들한테 손해없도록 하겠다는 말한 정부의 기조와는 반대될 수 있는 얘기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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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일대 건물 외벽에 공공주택 토지 강제수용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정부는 지난달 5일 동자동 일대 쪽방촌 4만7000㎡를 2410가구가 들어서는 공공주택 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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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보도된 후 시장에서는 2·4 공급대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 공급대책은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 공공택지 물량(26만3000가구) 및 신축매입 물량(6만가구) 정도를 제외하면 약 50만가구 이상을 민간 소유의 부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변 장관은 민간 부지 소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존보다 10~30%포인트(P) 더 높은 이익보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공공개발은 사업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이익이 되고, 믿을 수 있고, 전문성이 있고,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변 장관은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직원들을 두둔하며 "(공공택지 후보지로) 땅을 수용당한 것은 바보짓"이라며 자신이 발표한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는 말을 내뱉었다.

당장 3기 신도시 후보지 주민들은 ‘후보지 지정을 취소하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시흥시 과림동의 한 주민은 "투기를 막아야할 공공기관 직원들이 투기를 했다는데 그 사람들에게 이곳 개발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며 "투기 목적이 아닌 기존 토지 소유자들은 수용이 되면 갈 곳이 없다. 민감한 보상 문제에 대해 장관이 저렇게 쉽게 말을 오락가락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측은 "2·4대책을 통해 도심에 공급되는 물량은 토지소유자에게 추가적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업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민간 자체 개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차질없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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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정회된 사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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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가 그립다"... 국토부 직원들 불만 ‘고조’

변 장관의 리더십은 이미 국토부 내부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LH 사태는 지난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변 장관의 사과 표명은 이틀 뒤인 4일에 이뤄졌다. 그 사이 국토부 내부에서는 ‘대국민 사과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국토부 한 과장은 "LH 사장 시절 발생한 문제인 만큼, 사실이 확인됐으면 장관이 책임감을 갖고 사과부터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특히 최근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왜 자꾸 뉴스거리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장관이 LH를 옹호하는 발언이 잇따르자, 장관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는 상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LH뿐만 아니라, 국토부 직원과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불만은 더 커져갔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과 관련이 없는 교통쪽 직원들의 경우 조사를 위한 개인정보동의서를 내가 왜 써야하는지 불만이 많다"며 "특히 장관이 나부터 조사받겠다며 개인정보 동의서에 사인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도자료로 배포할 때는 정말 기가 막혔다"고 했다. 이어 "김현미 장관 시절에는 부동산 대책, 가덕신공항 등 쟁점이 되는 정책을 추진할 때도 책임은 장관이 지겠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변 장관에게는 그런 믿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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