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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경찰 앞 무릎꿇은 수녀…이번엔 경찰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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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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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와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이 충돌하며 유혈 사태가 커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경찰들이 한 수녀 앞에 무릎을 꿇은 사진이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수녀는 이전에도 혈혈단신으로 무장 경찰들을 막아서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 시간) 트위터에는 이날 정오 경 미얀마의 한 거리에서 안 로사 누 타웅(Ann Rose Nu Tawng) 수녀가 헬멧과 조끼, 곤봉으로 무장한 진압 경찰 여섯 명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진이 퍼졌다. 사진 속의 타웅 수녀는 흰 옷 차림으로 양 손을 옆으로 벌린 채 시민들을 향한 폭력을 멈춰달라고 경찰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례적인 것은 타웅 수녀 앞에 있는 경찰들이다. 경찰 무리 중 두 명이 타웅 수녀 앞에 무릎을 꿇은 것. 이들은 타웅 수녀를 마주본 채 손바닥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타웅 수녀가 목숨을 걸고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으며 호소하자 이들도 무릎을 꿇은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서 있는 다른 경찰들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있다.

타웅 수녀는 약 40분 뒤 찍힌 다른 시위 현장 사진에서도 뒷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속 그는 거리에 쓰러져 있는 한 시민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타웅 수녀는 지난달 28일에도 화제가 됐다. 당시 미얀마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양곤 대교구 대주교)은 경찰 20여 명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타웅 수녀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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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눈물을 흘리며 “원한다면 나를 쏘라. 시위대는 무기도 없고, 그저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평화적으로 말할 뿐”이라고 외쳤다. 타웅 수녀의 호소에 경찰은 폭력 진압을 멈췄고 그 덕분에 시위대 100여 명이 목숨을 구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민주정부 회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의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미얀마 북부 카친주 미치나시에서 시위에 참여한 시민 2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근처 건물에서 총탄이 날아왔다고 증언했다. 양곤에서도 시민 한 명이 군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부상당했다.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군경의 가혹한 진압으로 시민 6명이 다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을 구금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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