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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기차, 배터리 관리만 잘하면 22년 장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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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와 다른 사용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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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 5, 르노삼성차가 판매 중인 르노 조에, 한국지엠이 들여온 쉐보레 볼트 EV…. 전기차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수입차 업체들도 앞다퉈 간판 전기차 모델을 내놓고 ‘전기차 대전’을 준비 중이다. 전기차는 소음과 진동이 적고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지만 구동원리 등이 내연기관 차량과 달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다.

■ 전기차 배터리 수명과 안전은?

배터리와 구동모터, 감속기, 완속충전기 등 전기차 전용 부품은 내연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긴 무상보증 서비스를 해준다. 초창기에 있는 전기차 주요 부품 성능이나 안전이 기존 내연기관만큼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는 충·방전 여건, 주행 습관 등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진다. 급가속이나 급출발 등 거친 운전을 하면 내부 전극 물질의 변형으로 배터리 수명이 줄어든다. 험로를 장시간 달릴 경우 배터리에 충격을 주거나 코나 EV처럼 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화재 등 전기차 사고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예컨대 화재 발생원으로 지목받고 있는 고전압 배터리는 다양한 고강도 테스트를 거쳐 안전도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발화 및 폭발 여부를 확인하는 충돌 시험, 수분 유입 차단 및 기능 이상 유무를 검증하는 수밀 시험, 소금물에 배터리를 침수시켜 발화 및 폭발 여부를 확인하는 침수 시험, 배터리를 직접 화염에 노출시켜 폭발 여부를 검증하는 연소 시험 등을 거친다. 아이오닉 5에 사용된 ‘E-GMP’ 같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배터리와 모터, 차체 구조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전 내연기관차를 베이스로 한 모델보다 배터리 보호에 좀 더 유리하고 화재 위험도 낮다고 한다.

실제 아이오닉 5의 고전압 배터리 주변은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초고장력강판 사용을 늘리고, 예기치 못한 충돌에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핫스탬핑 공법도 확대했다. 배터리 케이스 후판에도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고, 케이스 중앙부는 차체에 견고하게 연결해 충돌에너지 흡수 효율도 높였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고전압 배터리를 장시간 제 성능을 유지한 채 사용하려면 충전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보통 배터리는 방전과 충전을 반복하면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방전과 충전 횟수로 수명을 표시한다. 완전 방전된 뒤 100% 충전할 경우 약 1000회, 50% 사용 후 충전하면 약 5000회를 사용할 수 있다. 또 20% 사용 후 충전을 하면 8000회 정도까지 늘어난다. 1회 완충 주행거리가 500㎞인 전기차라면 배터리의 20%를 사용할 때 100㎞를 운행할 수 있다. 매일 100㎞를 달린 뒤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8000일(약 22년) 동안 배터리 교체 없이 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차를 타는 동안 별다른 고장 없이 배터리를 교체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하지만 매번 몇 ㎞밖에 달릴 수 없는 상태에서 충전을 하거나 완전 방전될 때까지 방치한다면 배터리 수명은 크게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충전 상태가 최소 20%에서 80% 사이일 때 자주 충전해주는 것이 좋다. 배터리는 운전하지 않아도 충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3개월에 한 번씩은 충전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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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용량이 큰 배터리를 사용하면 주행거리는 늘어난다. 하지만 차량 내부를 모두 배터리로 채울 수는 없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정해진 용량의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배터리 수명처럼 전기차도 급출발과 급가속을 하면 바퀴를 돌려주는 전기모터가 배터리를 많이 먹어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순간 가속이 내연기관차보다 빠르지만 부드러운 출발과 가속을 하는 것이 주행거리 확보에 유리하다. 엔진 역할을 하는 전기모터 다음으로는 히터나 에어컨 등 공조장치가 배터리를 많이 소모시킨다.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가동 중 열이 발생하는 엔진이 없어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로 히터나 에어컨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납축전지에 비해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점이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전자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면서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배터리 소모가 많은 히터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면 주행거리를 좀 더 확보할 수 있다. 히터보다 전기를 덜 먹는 열선 시트를 활용하거나 운전자만 탑승할 때는 난방을 운전자에 집중해주는 운전석 개별 공조 장치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대차나 기아가 생산한 전기차에는 에코 모드가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회생제동 모드와 공조 강도 등을 차량이 조절해 배터리 소비를 최대한 억제해 준다. 충전 중에 ‘예약 공조’ 기능을 사용해도 배터리를 아낄 수 있다. 충전 중에 히터를 가동하면 차량 내부 배터리가 아닌 충전 시설의 전기가 사용된다.

전기차는 난방처럼 여름철 열기를 식혀주는 에어컨 컴프레서도 전기로 돌린다. 에어컨을 가동시키는 데는 적잖은 전력이 필요해 전기차 주행거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냉방 설정 온도가 낮을수록, 바람 세기가 강할수록, 작동시간이 길수록 주행 가능거리는 짧아진다. 히터처럼 운전석 방향으로 바람이 집중될 수 있도록 개별 공조 기능을 사용하고, 더위를 덜 타는 운전자들은 전기를 덜 먹는 통풍 시트를 작동시키면 에어컨보다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회생제동시스템도 주행거리 연장에 도움이 된다. 회생제동은 간단히 말해 감속할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다 발을 떼면 내연기관 차량이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감속이 된다. 이때 발전이 되면서 배터리에 충전이 된다. 현대차와 기아가 출시한 전기차는 운전대 뒤편 패들 시프트로 감속량(회생제동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아이오닉 5에 적용된 ‘스마트 회생제동시스템’은 전방의 교통 흐름과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활용해 차량 스스로 회생제동량을 조절해준다. 교통체증이 예상되거나 앞차가 가까울 때는 자동으로 회생제동량을 높여 감속 효과와 발전량을 높이고, 교통이 원활할 때는 감속량을 낮춰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토록 해준다.

이처럼 회생제동량을 조절하면 가속페달 조작만으로 가속과 감속, 완전 정지까지 할 수 있는데, 이를 ‘원 페달 드라이빙’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조작을 덜하고 운전으로 인한 피로도 줄어든다. 쓸데없는 가·감속도 피하면서 연비도 살짝 높일 수 있다.

■ 전기차만의 특화 기능 V2L

이전 전기차들은 외부에서 차량 내부로의 단방향 전기 충전만 가능했다. 그러나 아이오닉 5 같은 최근 나온 전기차는 내장된 초강력 배터리로부터 외부 전기제품에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갖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인기 구단 ‘첼시 FC’와 스페인 라 리가 소속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이 아이오닉 5 배터리에서 뽑은 전기로 축구공 발사기와 러닝머신을 작동시키는 광고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데, 실제 이런 기능을 갖춘 전기차라면 야외 캠핑장 등에서 전기밥솥이나 에어프라이어 같은 가전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오닉 5 장거리 주행용 모델의 경우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V2L 장치는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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