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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광화문광장 정체, 우회전만 20분... 혼란한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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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서쪽도로 폐쇄후 첫 출근길… 곳곳 혼잡으로 시민들 불편

8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 사직공원 앞쪽부터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앞(광화문 삼거리)에 이르기까지 600여m 도로에 차량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사직공원 방면에서 경복궁 쪽으로 직진하던 차나, 남쪽 서울경찰청 쪽에서 지하철 경복궁역 사거리로 올라와 우회전한 차량, 북쪽인 효자동 방면에서 내려와 좌회전한 차량이 광화문광장 쪽과 정부서울청사 쪽으로 각각 우회전하려는 행렬과 한데 얽혀 있었다. 답답한 정체가 이어지자 곳곳에서 교통 안내 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와 끼어드는 차량을 향한 날 선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총 791억원이 투입되는 광화문광장 개조 공사로 지난 6일부터 광장 서쪽 편도 5개 차로가 폐쇄되고 광장 동쪽 왕복 7개 차로(주행 차로 기준)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날은 전체 차로가 10개에서 7개로 줄어든 뒤 첫 평일이었다.

원래 경복궁 앞에서 우회전해 시청 쪽으로 가는 차로는 2개였다. 광화문광장 개조 공사로 광장 서쪽 편도 차로 5개가 폐쇄되면서, 우회전 차로까지 1개로 줄어드는 바람에 병목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사직공원 앞부터 광화문 삼거리까지는 총 4개의 신호등이 있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9시 사이 출근길에 한창 차가 막힐 때는 길게 늘어선 줄의 맨 끝 차량이 광화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는데만 20분 가까이 기다리고 신호를 최소 3~4번 받아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광화문으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정유미(42)씨는 “평소 30분이면 충분하던 출근길이 오늘은 50분 이상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퇴근길에도 오후 6시쯤부터 광화문역 사거리에 서 있던 승용차가 직진 신호 2번에 좌회전 신호 1번을 받아야 경복궁 앞에서 좌회전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

사직공원~광화문 600m 정체


광장 공사를 시작하면서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출퇴근길 광장 주변 곳곳에서는 새 교통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새 시장이 뽑히면 박원순 전 시장이 관여한 새 광장에 또 손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화문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정부서울청사로 진입하는 전용차로가 새로 생긴 것이 이날 벌어진 ‘출근길 우회전 대란’을 더 키웠다. 정부청사로 진입하려면 광화문광장 서쪽 도로가 있던 종전 길로 들어가면 되지만, 시청 방향으로 가려면 원래보다 20m쯤 더 앞에서 우회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갈래 길을 헷갈린 시민이 많았다. 정부청사 진입용 도로 앞에 선 모범 운전자 허모(66)씨는 청사 방향으로 들어서려는 차마다 일일이 붙잡고 어디로 가는지를 물어가며 차량을 안내하느라 바빴다. 그는 “아침 7시부터 나왔는데 한 시간 동안 100명 넘게 붙잡고 길을 알려주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라고 했다.

새로 생긴 P턴을 모르는 시민도 있었다. 원래 종로에서 오는 차는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 포시즌스호텔을 끼고 우회전한 후 세종문화회관 옆길을 통해 광장 서쪽 도로로 빠져나와 시청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서쪽 도로가 폐쇄되면서 불가능해졌다. 종로 방면에서 오는 차량은 구세군 앞 교차로로 돌아가야 시청 쪽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이날 오전 7시 40분쯤 한 승합차 운전자는 교통 경찰에게 “시청역에 가려고 하는데 왜 막아놨냐. 직진하면 안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을 못 찾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니는 최모(29)씨는 “원래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타는데 정류소를 어디로 옮겼는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고 말했다.

광장발 정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지금은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차량 통행량이 줄어든 상태다. 세종대로의 경우 2019년 하루 평균 7만6671대였던 차량 통행량이 작년 하루 평균 6만9782대로 약 9% 감소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 통행량이 늘면 지금보다 정체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광화문 일대에 거주하는 시민이나 인근 회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공사 피로감을 호소한다. 작년 7월부터 서울역에서 세종대로 사거리에 걸쳐 보행로를 확장하는 ‘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가 이달에야 끝이 나고, 광화문광장 개조 공사는 올해 10월까지 진행된다. 이날 광화문광장 부근에서 만난 택시 기사 박모씨는 “코로나로 경제가 엉망인데 시장도 없는 상황에서 멀쩡한 광장을 수백억원 들여 왜 고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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