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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2년동안 못 푼 방위비, 바이든이 46일만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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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 합의 이뤄…가서명 추진" 한미 공동발표

WSJ "2026년까지 협정 유효할 것" 로이터 "6년 짜리"

한미동맹 정상화, 역할 확대는 숙제

이데일리

정은보(왼쪽)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나 웰튼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이끄는 미국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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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폭 증액 압박 속에 2년이 다 돼가도록 해답을 찾지 못하던 방위비 협상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 만에 타결됐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 기조를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13% 인상·다년 계약 유력…연간 인상률 주목

외교부는 지난 5~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양국 협상대표들이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며 양측은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후 대외 발표 및 가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조속한 협정 체결을 통해 1년 이상 지속돼 온 협정 공백을 해소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번영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한국 측의 ‘의미있는(meaningful) 증액’이 포함됐다며 양국이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 모두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미국 외교관을 인용해, 협정은 2026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한미가 6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11차 SMA 협정은 당초 2019년 연말 체결됐어야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배 인상을 고집하면서 한미 양국은 잠정 합의안을 뒤집어야만 했다. 이후 특별한 동력 없이 공전을 거듭하던 협상이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달 5일 첫 회의가 화상으로 이뤄진 지 2주 만에 대면협상이 이뤄졌고 바로 타결에 이른 셈이다.

인상폭은 지난 2020년 3월 한미 양국이 잠정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가 거부로 무산됐던 13%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여기에 매년 연간 인상률이 얼마나 적용될지도 관건이다.

이미 13% 인상률은 5배 인상을 고집한 트럼프 행정부를 다독거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인상 폭은 더욱 클 수 있다. 5년 계약이 적용된 2014년 협상을 보면 한미 외교당국은 최초 금액 9200억원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인상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2018년 마지막 분담금은 9602억원이 됐다.

한미 동맹 정상화…역할 확대는 숙제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미 동맹 역시 비로소 정상화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방위비 협정은 주한미군의 전투준비태세와 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SMA 협상이 미뤄지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의 월급마저 중단되며 2개월간 강제 무급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장 3월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가 무급휴직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비용을 둘러싼 한미간의 줄다리기는 동맹의 성격을 거래 중심의 비즈니스로 격하시킬 수 있다. 이는 한미 동맹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안보 핵심축(Linchpin)으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미국의 전략에도 지장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이번 SMA 타결에 대해 “이번 진전은 안보와 번영을 진전시키기 위해 민주 동맹을 부활시키고 현대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반영했다”며 “한미동맹이 동북아와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힌 것 역시 이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대외정책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은 숙제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에서 “중국은 경제·외교·군사·기술적인 면에서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국제시스템에 지속적인 도전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경쟁국이다”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최근 아태지역으로 첨단전력을 급속하게 이동시키는 한편, 동맹과의 관계 역시 강화하고 있다. 최근 아태지역에 집중되는 각국의 전력은 이를 방증한다.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함정을 추가 파견하고 지난달 19일에는 미일 해상 공동훈련에 참여했다. 영국은 봄부터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를 파견한다. 미군 스텔스전투기 ‘F35B’과 해상 자위대의 공동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왔던 독일 역시 올 여름 해군 소속 프리깃함을 아시아에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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