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단독]檢 “신뢰성 논란 ‘윤중천 보고서’ 이규원이 특정 언론에 넘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학의 조사과정 위법성 수사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조사 과정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검찰이 이규원 당시 진상조사단 검사가 이른바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검찰은 면담보고서의 작성 및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 검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 “이규원 검사가 언론사에 면담보고서 직접 건네”

김 전 차관 사건 진상조사 과정의 위법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최근 JTBC의 A 기자와 KBS의 B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각각 조사했다

검찰이 이 검사가 보도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고 볼 단서를 포착했다. JTBC는 2019년 3월 18일 진상조사단 8팀에서 작성한 면담보고서를 바탕으로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한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윤갑근 전 고검장과의 친분을 인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검찰은 JTBC 기자가 당시 이 검사로부터 ‘윤중천 면담보고서’ 실물을 전달받은 단서를 확보했다. 이 검사 등의 휴대전화 통신기록과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KBS는 2019년 3월 이른바 ‘박관천 전 경정 면담보고서’를 토대로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김 전 차관 임명의 배후에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윤중천 면담보고서 등은 김 전 차관 사건의 재조사 여론을 이끌어내는 발단이 됐다. 하지만 당시 진상조사단 내부에서도 검증이 제대로 안 된 면담보고서 관련 보도가 연달아 나가자 갈등이 불거졌다고 한다.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8일 페이스북에 “저는 이 상황을 책임지기 싫어 도중에 나왔지만, 안에 있을 때 좀더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는 글을 올렸다. 2019년 10월 면담보고서 등을 토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됐지만 관련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은 약 7개월 뒤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 서울중앙지검도 이규원 사건 공수처 이첩 검토

윤 전 고검장은 보도 직후 강하게 반발하며 JTBC를 상대로 형사 고소와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윤 전 고검장의 민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씨는 “윤 전 고검장을 전혀 알지 못하고, 면담 과정에서 친분이 있다고 진술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윤 씨와 윤 전 고검장의 관계를 보여주는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둘이 만난 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면담보고서 상당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올 2월 서울중앙지법은 윤 전 고검장의 주장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며 “JTBC 측이 7000만 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이 검사가 언론사에 문건을 넘긴 과정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검사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수사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 검사 관련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평검사 신분에 불과한 이 검사가 혼자서 면담보고서 내용을 특정 언론에 건넸을 개연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36기)이자 피고소인 신분인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유원모 onemore@donga.com·박상준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