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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부 “朴정부때까지 투기 조사”… 野 “또 前정부 탓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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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조사단, LH직원 의혹도 못밝히면서 조사범위 더 넓혀

조선일보

8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청에서 시흥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불거진 민주당 소속 시의원 광명ㆍ시흥지구 투기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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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 수뇌부는 8일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강력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 요구하는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찰에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주문했지만 야당에선 신도시 투기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의 수사력을 왜 활용하지 않는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정부합동조사단이 조사 시점을 박근혜 정부 때로 확대하겠다고 밝혀 “또 전(前) 정부 책임론을 제기해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를 받고 마무리 발언에서 LH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면서 “검찰은 수사 노하우와 기법을 공유하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보다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검경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했다.

이번 투기 의혹은 총리실이 중심이 된 정부합동조사단과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각각 조사와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신도시 투기 수사로 성과를 낸 검찰은 현 정권의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수사에서 배제돼 ‘검찰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검·경의 유기적 협력’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검찰의 직접 수사 참여에는 선을 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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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의원 땅 투기 의혹… 고개 숙인 동료의원들 -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 시흥시의원들이 8일 시흥시청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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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도 거듭 검찰 수사 불가 입장을 밝혔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이 그동안 부동산 특별단속 수사 역량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꼭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경찰의 수사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노태우·노무현 정부 당시 검찰 합동수사본부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주도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경찰이 수사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집무실로 남 본부장을 불러 “LH 공직자 투기는 국민 배신 행위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 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이라며 “국수본이 시험대에 올랐음을 명심하고 모든 수사 역량을 집중하라”고 했다. 정 총리는 남 본부장에게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지시했지만, 검찰은 포함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검사 출신 의원들도 “국수본이 수사하는 게 맞는다”(백혜련 의원) “여론이 아무리 원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게 제도가 바뀌었다”(조응천 의원)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다룰 수 있는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은 손을 떼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땅 투기 의혹 조사 범위를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2월까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광명·시흥에 땅을 산 것으로 확인된 LH 직원 13명에 대한 의혹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 범위를 전 정부 시절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최창원 정부합동조사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구 지정 전부터 (땅 투기) 검토가 이뤄졌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된다”며 조사 대상이 2만3000여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3기 신도시 계획 1차 발표가 이뤄진 시점이 2018년 12월인데, 그 5년 전부터 이뤄진 토지 거래를 모두 들여다보는 게 급선무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야당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수세에 몰리자 전 정부 탓을 하며 ‘물타기’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옛일을 떠올리며 ‘당시 야당’을 자처하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 안쓰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서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한 게 다시 화제가 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LH 건의 결말을 나는 이렇게 예측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적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이날 소속 의원과 보좌진에게 공문을 보내 본인과 가족의 3기 신도시 부동산 보유 현황을 10일까지 보내라고 했다.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 같았던 부동산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선거를 앞두고 국민적 분노도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속력 없는 무늬만 전수조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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