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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별의 순간 잡은 것 같다”...야, 尹 기대하지만 독자행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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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년… 혼돈의 여야]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로 올라서자 야권(野圈)은 반색했다. 그간 지지율 10%대 대선 주자도 없었을 정도로 인물난을 겪어왔던 만큼, 윤 전 총장이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윤 전 총장이 보수층뿐 아니라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중도층과 무당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을 두고 “새판이 짜일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조선일보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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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실시해 8일 공개한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은 남성 32.2% 여성 32.6%로 양쪽 모두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로도 이재명 경기지사(38.2%)를 가장 많이 지지한 40대를 제외하면, 20대(23.6%) 30대(28.6%) 50대(35.3%) 60대 이상(45.4%)에서 모두 윤 전 총장이 선두였다. 중도층(35.0%)과 무당층(26.6%)에서도 1위였다. 지역별로는 서울(39.8%), 충청(37.5%), 대구·경북(35.3%) 등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야권 인사 중에선 무소속 홍준표 의원(7.6%),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2%), 원희룡 제주지사(1.3%) 등의 순이었다. 문화일보가 8일 공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50대(35.2%), 중도층(31.3%)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홍준표 의원은 5.7%,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5.1%,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3.3%였다.

문 대통령이 연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발언한 직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나고 LH 직원 투기 의혹 등에 대해 현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평가다. 정치판에 발을 들여 1년 남은 대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보수층은 물론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중도·부동층의 표심을 두루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컨설팅 그룹 ‘민’ 박성민 대표는 “여권에 불만이 있음에도 국민의힘 등 야당으로까지 옮아가지 못했던 민심이 윤 전 총장에게 쏠린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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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선 ‘윤석열 현상’이 정권 교체의 동력이 돼줄 것으로 기대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장관으로 일하다 집권당과 결별하고 중도 신당을 창당해 대통령에 당선된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마크롱이 ‘나는 프랑스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듯 윤 전 총장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을 두고 “같은 범야권”이라며 “다 같이 마음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4·7 재보궐 선거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두고 ‘같은 편’으로 규정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지지율 반등을 ‘반짝 현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윤석열 대세론’이 당분간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과거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했다가 중도 포기한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총장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의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고건·반기문 등이 권력의 지지를 업고 대선 주자로 떠올랐던 것과 달리, 윤 전 총장은 권력에 대항해 투쟁하면서 지지율을 획득한 만큼 이들과 같은 길을 걷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올지 ‘제3지대’로 갈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9%는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서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응답(14.4%)과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13.7%)도 적잖았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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