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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어대낙’으로 시작한 ‘6개월 대표’…이낙연에게 뭘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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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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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여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당시 차기 대통령선거 여권 주자 1위라는 기세가 그를 당대표로 밀어올린 힘이었다. 이제 그는 9일 ‘6개월의 짧은 임기’를 마친다. ‘당권·대권 분리’라는 민주당 당헌을 따라 대선 1년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고, 대권 도전 행보를 가속화한다. 지난 6개월은 ‘대권 주자 이낙연’에게 정치적 추진력을 달아줬을까, 그의 정치적 자산을 갉아먹는 시간이었을까.

이 대표는 임기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민생경제 고통 완화에 주력해야 했다. 재원 규모를 두고 재정 당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2~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이끌었다. 국민의힘 반발 속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였던 ‘공수처 출범’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산업현장 사망·사고를 막기에 부족한 내용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처리됐다는 비판도 받았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필요성 발언으로 여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6개월 손익계산서’가 비교적 뚜렷하다는 평가가 많다. 당권을 바탕 삼아 ‘조직 확장’ 효과를 상당히 거뒀지만, 여권 내부 갈등을 정리하는 능력과 정치적 성과를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해 기존 지지율을 까먹는 손실도 봤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임기 동안 여러 현안에 대처하는 당내 티에프(TF)와 각종 특별위원회 등을 가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의원·당직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었다. 빈틈 없는 일처리를 강조하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부담을 갖는 이들도 있지만, 이 대표가 의원들과 소통을 늘리면서 ‘우군’도 늘었다고 한다. 당 지도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한 의원은 “당 대표가 되기 전에는 조직확장에서 한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50여명 정도 된다고 하더라”며 “당 대표를 하면서 의원들에게 ‘도와 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다만 당내 중심축이라고 볼 수 있는 ‘친문재인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친문 의원은 “아직 이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반도 안 될 거라고 본다”고 평가하면서 “어쨌든 다음 대선에서 이겨야 하니까 그런 차원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 등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은 이 대표 쪽에서도 아픈 부분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정적 1위를 달리다가 당 대표가 된 뒤 3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당에선 이 대표가 굵직한 현안들에 대처하는 정치력을 각인시키지 못한 점을 지지세가 꺾인 원인으로 꼽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정치력은 갈등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나타난다. 이 대표의 높았던 지지율 배경엔 전직 총리로서 대통령의 보완재 역할을 하면서 자기 정치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에서도 그렇고,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논쟁이 벌어졌을 때도 당내 의견을 수렴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개 메시지와 정치 행보 관리가 정교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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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종로구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보궐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박 후보, 이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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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에선 “이낙연의 본격적인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시각도 많다. 여당 대표로서 큰 패착이 없었던 만큼 이제 ‘대표 직함’을 떼어놓고 시대 문제를 해결할 이낙연의 ‘정치적 비전’을 얼마나 보여줄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그는 당대표 시절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격차, 경제적 불평등 심화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한 ‘신복지 체제’를 구체화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장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신복지 체제를 알리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돌봄국가책임제’에 대한 강연을 한다.

당에선 “4·7 재보궐선거 결과가 이 대표의 지지도에 가장 영향을 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대표가 전당원투표를 통해 당헌까지 고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결정한 만큼 선거 결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도 재보선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끝까지 이끌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지금까지 이 대표의 리더십은 무탈한 리더십이었다. 4·7 재보궐 선거가 이 대표의 리더십을 보여줄 시기”라고 말했다.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열하게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이 ‘대선 주자 이낙연’의 정치적 자산을 다시 쌓아올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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