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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與 '노동절'로 바꾼다는 근로자의 날…유래는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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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美 헤이마켓 사건 기리는 '메이데이' 시초

58년 만에 노동절 부활?…"가치중립 단어 쓰자"

뉴스1

지난해 근로자의 날인 5월1일 노동단체 기자회견. 2020.5.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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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5월1일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로 함께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낙연 민주당 대표, 3월8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월1일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변경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세계 각국이 함께 기념한지 130년이 넘은 이 날은 사실 미국에서 처음 유래했다. 우리나라도 100여년 전부터 이 날을 기렸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되돌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19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는 이 날을 노동절로 불렀기 때문이다. 이후 1950~60년대 들어 이념 문제가 불거지며 손질이 이뤄졌는데,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계획이 이달 안으로 처리되면, 우리는 58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다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셈이 된다.

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따르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날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개최한 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3월 임시국회가 처리할 노동 관계 사안 중 하나로 이 같은 노동절 개명을 꼽았다.

이 대표는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되돌리는 명칭 변경을 3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했으면 한다"면서 "저는 이 법안을 대표 발의 해 주신 이수진 의원님의 지목을 받아 노동절 챌린지에 제1호로 참가한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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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네 번째) 2021.3.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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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이라는 이름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면서 특히 쿠바와 같은 사회주의 나라가 국가적인 기념일로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초는 1800년대 말 미국에서 발생한 '헤이마켓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국 노동자들은 하루 14~18시간에 이르는 고강도 노동을 했으며, 이같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886년 5월1일 시카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루 8시간 노동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나섰다.

20만명을 넘는 노동자가 거리로 나와 평화시위를 벌였으나 이틀 후 2차 시위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아이를 포함한 6명이 숨졌다. 이를 규탄하고자 같은 달 4일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에 약 30만명이 몰렸고, 이때 군중 쪽에서 폭탄 투척과 이에 따른 경찰 발포로 수백명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다.

이 헤이마켓 사건의 시작인 5월1일을 기념일로 정한 때는 그로부터 3년 뒤 1889년이다. 그 해 파리에서 결성된 국제 사회주의 기구 '제2 인터내셔널'은 헤이마켓 희생자를 기린다는 뜻으로 5월1일을 '메이데이'(May Day)로 공표했다.

이듬해인 1990년, 국제노동조합협회가 첫 메이데이 대회를 개최했다. 그 뒤로 매해 세계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보여주는 날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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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헤이마켓 사건을 묘사한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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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미국은 노동절(Labor Day)을 9월 첫째 월요일에 기념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헤이마켓보다 앞선 때부터 9월 노동절 도입 제안과 실제 사례가 있었던 데다가, 1894년 당시 민주당의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5월1일을 기념하는 사회주의·무정부주의 지지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우려해 9월 첫째 월요일을 노동절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에서 5월1일은 1958년부터 '법의 날'(Law Day)이 됐다. 여기엔 메이데이 때마다 벌어지는 파업·시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도 있었고, 다수 공산국가가 강조하던 노동절에 대항해 미국의 이념을 지키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슷한 사정으로 노동절을 여러 번 손댔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단체들은 100년 전인 1920년대 초부터 메이데이를 기념했는데, 시간이 흘러 전쟁 직전이 되자 정부와 미군정은 폭력성을 이유로 좌익 단체의 메이데이 행사를 금지했다. 이 역시 당시 대두된 냉전이 주요한 원인으로 해석된다.

휴전 이후 1957년 이승만 대통령은 5월1일을 '공산당이 세계 적화의 선전 도구로 이용하는 날'로 주장하면서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노총은 노동절을 자체 결성일인 3월10일로 옮겼고, 1963년에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이름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

그러나 3월이 아닌 5월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는 계속됐다. 결국 1994년 정부는 5월1일을 다시 근로자의 날로 정했다.

노동절 명칭 부활을 주장하는 측은 근로(勤勞)라는 단어 자체가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을 내포해 일제가 수탈과 국민 통제를 위해 쓴 잔재라고 본다. 또 노동(勞動)이라는 단어는 순전히 '몸을 움직여 일한다'는 뜻이어서 가치중립적이고 더욱 광범위한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지난달 노동절 회복 추진 기자회견을 열고 "부지런히 일하는 행위를 뜻하는 근로는 권력과 기업에 종속된 의미가 강해 노동절의 본래 정신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개명에 반대하는 측은 이것이 지나친 이념 해석이며 행정 낭비라고 맞선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꿔 부르는 법안은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했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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