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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LH투기 조사단에 ‘변창흠 국토부’ 포함, 검찰·감사원은 배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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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LH 인천지역본부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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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공직자 투기는 국민 배신 행위이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행위자 패가망신 시켜야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 국무총리 집무실에서 남구준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을 불러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 운영방안’을 보고받은 뒤 이렇게 말하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지난 5일 정부합동조사단이 꾸려진 지 나흘 만에 남 본부장에게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특별수사본부로 확대 개편해 신도시 개발지역을 둘러싼 차명 거래 등 모든 불법·탈법적 투기행위를 찾아내고 엄벌에 처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정 총리의 이같은 문제의식과 철저한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지시는 당연하다. 하지만 온 국민이 분노하는 이번 사건을 사생결단의 각오로 신속히 파헤쳐야 한다면서 정작 총리실이 꾸린 합동조사단에 각각 부동산 투기 수사와 공직자·공공기관 비리 감사에 일가견이 있는 검찰과 감사원은 빠졌다.

앞서 총리실은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택지면적이 100만㎡를 넘는 과천 과천지구·안산 장상지구 합쳐 8곳을 전수 조사 중이다. LH의 상급 기관으로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치 않은 국토교통부는 조사단에 포함시키고 과거 노태우정부와 노무현정부 때 1·2기 신도시 투기 비리 수사를 주도한 검찰이나 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은 제외된 셈이다. 특히 국토부의 경우 변창흠 장관이 직원 등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3기 신도시 투기가 대거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에 LH 사장을 지냈다. LH 일부 직원이 연루된 신도시 투기 의혹 제보를 받아 폭로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에서 제식구 감싸기가 의심스러운 국토부를 제외하고 독립된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촉구한 배경이다. 실제 변 장관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LH직원들을 감싸는 듯한 발언으로 화를 자초했다. 변 장관은 “이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것은 아닌 것 같다”거나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같다”,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다” 등의 발언으로 정부 여당을 화들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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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과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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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정 총리가 즉각 꾸리도록 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참여 기관에 검찰은 거론되지 않았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이 유기적 협력을 해야 할 첫 사건이라고 했지만 주도권은 경찰이 쥐도록 하고 검찰은 사실상 도우미 역할에만 머물도록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 한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한데, 이번 사건은 아직까지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형식논리란 지적도 많다. ‘수사력을 총동원해서 진상을 규명하라’는 메시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일각에선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여권이 검찰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수사에서 배제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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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들이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LH 과천의왕사업본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갖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경남 진주 LH 본사, LH 과천의왕사업본부, LH 광명시흥사업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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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합동특별수사본부에는 검찰도 참여시켜 신도시 투기 수사 노하우를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이후 혐의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고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8일 참여연대와 민변의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입법 청원을 소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정부는 경찰, 검찰, 감사원 등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서 수사에 임해야 신뢰의 싹이 솟아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추진위원장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검찰을 파견해서 같이 수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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