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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경찰과 주민이 손 모아 펼친 이불…소중한 생명 추락 막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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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창문에서 60대 여성 추락…집집마다 돌며 이불 구해 구조

연합뉴스

경찰 제복
[연합뉴스TV 제공]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더 지체하면 떨어질 것 같아서요. 한시가 급하다고 판단해서 이불을 펼쳤습니다."

경찰과 주민이 힘을 모아 빌라 3층에서 떨어진 60대 여성을 이불로 받아내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0시 5분께 전주시 덕진구 한 빌라에서 여성의 추락이 우려된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빌라 3층 창문으로 여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화장실 창문 밖으로 몸 일부가 나와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현관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출입문은 굳게 잠긴 상태였고 이를 부술 도구도 마땅치 않았다.

이때 여성의 몸은 창문을 반쯤 넘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관들은 '무언가를 바닥에 펼쳐서 충격을 줄여 보자'며 꾀를 냈다.

경찰관들은 빌라를 돌며 주민에게 "담요나 이불을 좀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마침 집 안에 있던 한 주민이 흔쾌히 이불을 들고나왔다.

그때였다. 창문 난간에서 중심을 잃은 여성의 몸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밑에서 대기하던 경찰관 4명과 소방대원 1명, 주민 1명은 이불을 팽팽히 잡아당겨 여성의 몸을 받아냈다.

여성이 거꾸로 떨어졌기 때문에 큰 부상이 우려됐으나 이불을 맞잡은 손 덕에 바닥에 머리가 닿지 않아 무사했다.

당시 바닥과 여성의 머리 간 거리는 10여㎝에 불과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던 주민들은 큰 소리로 환호하며 경찰의 발 빠른 대처를 칭찬했다.

평소 환청에 시달리던 이 여성은 의식을 잃고 창가에 몸을 기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병원을 찾아온 경찰관에게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망상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구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상호 아중지구대장은 "현장에 있던 경찰관의 판단이 늦었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신속하게 대처한 직원들 덕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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